CCBN 2019 참관기

[참관기] CCBN 2019 참관기

2007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CCBN(China Content Broadcasting Network Exhibition)은 아태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방송 장비 박람회로, 1,000여 개 방송 및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참여하고 30여 개국 10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방문한다. 올해는 3월 20일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21일부터 23일까지 전시회가 베이징에 위치한 60,000㎡ 규모의 중국국제전시장(CIEC)에서 열렸다. 아쉽게도 콘퍼런스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좋은 기회를 얻어 전시회에 다녀올 수 있었다.

전시회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에 앞서 중국의 방송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은 중앙방송인 CCTV가 있고 행정 구역마다 별도의 방송 채널이 있다. 성(省) 단위에서부터 밑으로 시(市), 구(区) 단위에도 방송 채널이 있어 1357개의 방송 채널이 운영되고 있다. CCTV와 각 성의 방송 채널은 위성방송이고 나머지는 유선 송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방송사가 언급될 때 후난위성방송, 통방위성방송, 저장위성방송 등 위성방송을 많이 접했을 텐데, 성의 이름에 위성방송을 붙여 채널 이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워낙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지상파로 모든 커버리지를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위성 전송과 행정 단위별 유선 전송을 하게 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 중국의 광활한 대륙은 CCBN 전시 현장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케이블밖에 없더라.”라고 감상을 말할 정도로 CCBN에서는 케이블과 셋톱박스 등 전송과 관련한 장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위성 관련 부스도 많아서 한국의 KOBA 전시회에서는 본 적 없는, 사람 키만 한 위성 안테나가 전시장 한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낯선 풍경도 접할 수 있다. 위성 안테나의 색상도 어찌나 다양한지, 흔히 접하는 하얀색 안테나는 물론이고 파란색 안테나, 초록색 안테나, 주황색 안테나, 중국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황금색 안테나도 볼 수 있었다.

방송사가 많은 만큼 관련 수요와 산업의 규모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텐데, 이를 입증하듯 콘센트 플러그 같은 장비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담당하는 업체도 작지 않은 규모로 전시장 한편을 채우고 있었다.

이러한 점만 보더라도 CCBN은 우리에게 익숙한 KOBA나 다른 방송 장비 전시회와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러한 이유의 큰 요소는 카메라, 조명, 오디오 등의 장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상기하며 CCBN이라는 이름을 다시 곰곰이 보면 N 즉, Network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를 인지하고 나면 CCBN에 대한 그간의 많은 오해(?)가 풀린다. CCBN을 참관하기 전에 볼 게 없다, 내수용 전시회다, 영문 안내가 전혀 없다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흔히 방송 장비 전시회라고 하면 카메라, 조명, 음향 등을 아우르는 전시회를 떠올리지만, CCBN은 ‘방송 네트워크’에 주력하고 있다 보니 흔히 생각하는 방송 장비 전시회를 기대한다면 볼 게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또, 사회주의 국가답게 중국에서 방송은 오랫동안 선전용으로 사용되다가 덩샤오핑 전 주석 때야 오락거리가 됐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와 넓은 국토를 생각하면 다른 나라에는 낯선 방송 네트워크가 왜 중국의 중요한 전시회에 큰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어를 할 줄 몰라 내용을 잘 몰랐는데, 많은 부스에서 지도를 내걸고 있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마침 올해 CCBN에서는 중신 그룹과 알리바바 그룹이 TV 네트워크 통합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언어의 장벽으로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함께 자리한 것을 보면 중국에서 네트워크는 중요한 이슈며 그만큼 수요가 많고, 따라서 중국 내 시장만 대상으로 해도 충분한 사업이 되리라 짐작된다. 이것이 아마도 CCBN이 소수의 외국인 참관객을 배려하지 못하는 혹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중국에서 유선방송의 입지가 작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IPTV를 늘려나가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참관 이후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러한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3분기 조사에 따르면 중국 가정의 주요 TV 시청 방식은 유선방송으로 약 2.27억 가구가 가입하고 있다. 한 가구를 3명이라고 하면 무려 6.8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7% 하락한 수치다. IPTV, OTT, 위성 라이브 채널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IPTV는 지난 해 동기 대비 733만 가구가 증가해 총 1.5억 가구, OTT는 1073.2만 가구가 증가해 총 1억 5천만 가구, 위성 라이브 채널은 179.3만 가구가 증가해 총 1.37억 가구를 두고 있다.

아울러, CCBN의 네트워크는 방송을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홍수 속에서 5G,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알아 볼 수 있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비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5G is 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화웨이의 부스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또한, 여러 부스에서 5G를 통한 4K 영상 송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으며, IoT를 통한 라이프 전반의 네트워크 연결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소개하고 있는 부스도 있었다. 머리가 없는 석가상의 영상을 돋보기와 유사한 형태의 AR 기기를 비추면 손실된 일부를 완전히 재현해 보여줬다. 또, 드론계의 애플(Apple)로 불리는 DJI의 크지 않은 부스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CCBN에 참가한 많은 부스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띄우는 화면처럼 누가 보더라도 ‘미래’를 의식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고, 드문드문 안내용 로봇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몇몇 부스에서 세워둔 안내용 로봇은, 역시나 언어의 장벽으로 직접 뭘 해보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 말로 의사소통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로봇 가슴에 있는 판넬을 터치해 정보를 얻는 수준인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은색의 번쩍번쩍한 옷을 입을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 상상하던 ‘미래’에 대한 감각을 그것들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2020년이 아니라 2050년이 된다 해도 은색 옷을 입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게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지금, CCBN에서 엿본 중국이 그리는 미래의 방송, 미래의 생활이 어린아이의 상상처럼 유치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귀여웠다. 미래 상상화를 그릴 때 가졌던 ‘희망’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의 방송은 한국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고, 그것이 근거가 돼 CCBN에 대한 많은 오해(?)와 대놓고는 아니나 충분히 직접적인 경만을 만드는 듯하다. 그러나 고작 몇 년 전 우리가 일본을 보며 열심히 발전해왔으며, 최근 첨단기술의 상위에는 중국이 포진하고 있다는 걸 상기한다면 이러한 경만을 반성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을 CCBN에서 느낀 희망으로 다시 한번 체감했다.

기술적으로 아는 것이 많지 않아 직접 참관하고도 최신 장비의 이름을 나열하거나 눈에 띄었던 기술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움으로 남기며, 그래도 CCBN에 대한 오해(?)가 다소 풀렸기를, CCBN을 잠시나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