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재송신료(CPS)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 주도의 재송신 협의체가 봉합은커녕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의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8월 11일 재송신 협의체를 발족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이 마무리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지상파 방송사의 참여 없이 정부와 유료방송 업계가 추천한 위원들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에 한국방송협회는 8월 12일 의견서를 통서 재송신 협의체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해 당사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응하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음에도 정부가 성과주의식 행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자율 기능과 협상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자체가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협상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번 제기된 바 있다. 7월 23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콘텐츠 가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업자 협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 조정보다는 협상을 거부하기 위한 절차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 특정 사업자의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역시 “실제로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정부의 협의체 구성 계획이 나오자마자 소송을 중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등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각 사별로 진행되던 자율적 협상도 협의체 논의를 이유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발을 빼고 있어 공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유료방송 사업자 추천으로 이뤄진 협의체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는 “정부가 강행한 협의체 인적 구성도 유료방송 사업자의 입장을 강변하는 인사 위주로 이뤄져 사실상 편파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특정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국면이 조정되는 것을 막고 사업자 간 원만한 자율적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 철회 요구에 케이블 업계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재송신 문제는 제도 미비로 인해 사업자 간 과도한 갈등이 발생해 시청자 피해가 일어나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에 직접 위원 추천 기회를 부여했고 최종 구성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협의체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지상파 방송사가 협의체가 발족하니 이를 무산시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뒤 “방송 중단 등으로 시청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큰 이슈인 만큼 정부가 계속 방관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