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이사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 및 선임 일정이 또 다시 연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7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상임위원 간 이견으로 회의 자체를 취소했다.
현재 KBS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되며 방통위가 분야별 대표성을 고려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9명으로 방통위가 방송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임하고 이 모든 과정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서 결정된다. 방통위는 7월 1일부터 14일까지 KBS와 방문진 후임 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으며 그 결과 KBS 이사에 96명, 방문진 이사에 60명이 지원했다. 방통위는 이들의 결격사유 확인 등을 거쳐 전체회의에서 KBS 이사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의 의견 차이가 커 전체회의 자체가 번번이 결렬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방통위는 7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구체적인 인선 기준을 요구하며 반발하자 전체회의 일정을 8월로 연기했다.
앞서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7월 29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후보자의 세 번째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공영방송의 이사 3연임(9년)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이사직 독점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해치고, 정치권과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해야 한다”며 △3연임 금지 △정파적 나눠먹기 금지 △편성 및 제작 자율성 침해 인사 금지 등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방송 장악은 없다던 청와대가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리며 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8월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 안건은 논의되지 못했다. 3기 방통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8건의 안건만 처리됐다. 방통위는 8월 7일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해당 안건을 논의키로 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의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무조건적인 발목 잡기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이사들로 선임하자는 것인데 여당 위원들이 3대 요구안에 대해 일절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고, 고삼석 상임위원은 “야당 위원들이 불참했는데도 전체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야당 위원을 제외한 여당 위원 3명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이사 3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방송의 다양성을 해치고 정치권과 유착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3연임은 안 된다”며 “원칙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8월 7일 열릴) 회의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8월 7일 전체회의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은 안갯속에 빠졌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8월 말로 정해진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3연임 반대 등 3대 요구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9기 방문진인 차기환, 김광동 이사와 고영주 감사 등이 이 같은 반대 속에서도 공영방송 이사 자리를 또다시 꿰찰 수 있는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