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재송신협의체’ 출발부터 ‘삐걱’

정부 주도의 ‘재송신협의체’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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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재송신료(CPS)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재송신 협의체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당초 730일로 예정됐던 재송신 협의체 첫 회의는 협의체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다음 달로 연기됐다. 정부는 재송신 협의체를 통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의체를 통한 협상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2일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재송신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 결과가 나와야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CPS 협상 중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난 5CMB를 상대로 지상파 재송신 콘텐츠 상품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CMB와의 재송신 계약은 지난해 12월에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무단 재송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가입자까지 유치하고 있어 우선 (협상 전) 신규 가입자 영업 활동을 중지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MBCSBSCJ헬로비전의 티빙(Tving)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싸움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6월부터는 KBS도 신규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있어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티브로드와 CMB를 포함해 MSO 5개사와 함께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CPS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데에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에 가입자당 월 280원의 CPS를 내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는 이를 35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국민관심행사(올림픽월드컵) 재송신 대가 50원을 포함한 4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CPS 산정 기준이 명확치 않고 기존 280원의 CPS로도 충분하다며 CPS 협상에 적극 임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CPS 금액 인상 조치는 현재 지상파가 처한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IPTV 28%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광고 매출은 성장한 반면 지상파 방송사는 3.5% 등 지난해에 이어 광고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송신 협의체는 정부 측 4, 지상파 방송사 측 3, 유료방송 사업자 측 3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사 측이 협의체 참석을 거부하고 있지만 협의체 출범과 협의체를 통한 중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다음 달에는 협의체가 출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상파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구성해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업자 간 자율에 맡겨야 할 재송신 협상을 정부가 중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방통위가 ‘201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송 사업자 간 분쟁 발생 시 시청권 보호를 위해 직권조정 개시권 도입 등 방송법 개정 추진 방송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및 시청자 피해행위 시정 방송 광고 불공정 행위 차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협의체 구성도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 측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도 협의체는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불신의 폭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