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MERS)가 전국을 강타하자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메르스 예방법’ 포스터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현실감 없는 예방법으로 네티즌들의 반감을 사면서 이를 조롱하는 SNS 계정까지 등장했었다. 그런데 위 내용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7월 2일 ‘방심위는 ‘코미디’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종합편성채널의 오보와 막말, 편파 방송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슨한 잣대로 일관하는 편파성을 보이는 방심위가 예능 프로그램에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며 “이러한 비대칭적 편파심의가 계속될수록 방심위는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폐지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방심위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부족을 풍자한 KBS 2TV ‘개그콘서트’가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 ‘그밖에 불쾌감 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근거로 내세워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어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중동지역 여행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삼가기 바랍니다’라는 예방 수칙 중 ‘중동지역’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으로 의견 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PD연합회는 “청와대 권력 일부를 빼고 도대체 ‘민상토론’으로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가 누가 있는가? 심의위원 개인의 막연한 ‘감’으로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가? 또 일부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기만 하면 징계사유로 삼아서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하며 “방심위의 제재야 말로 무지막지한 막가파식 폭력이고,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MBC ‘무한도전’이 ”낙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라고 이야기하면서 ‘중동지역’임을 특정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으나 본질은 다른 데 있다”며 “감염자‧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낙타와의 접촉 금지’를 외치는 보건의 무사안일을 비판한 것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방심위가 징계로 화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심위의 징계에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7월 3일 MBC ‘무한도전’에서 메르스 예방법과 관련해 염소가 거론됐다 문제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예방 수칙 문서 내 ‘염소’ 부분을 삭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허 의원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염소가 메르스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혼란을 일으킨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복지부”라며 “염소를 언급한 것 때문에 물의가 빚어졌다면 국민들이 더 이상 오해하지 않도록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고 정정자료를 내는 게 순리였는데 복지부는 공식 문서를 고친 뒤 처음부터 염소를 언급한 적이 없는 것처럼 은폐했다”고 꼬집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 “무한도전이 메르스 예방법으로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방영한 것에 대해 방심위가 제재를 결정한 것은 어이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방영한 것이 문제라면 복지부부터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