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시청자 복지, 최소한의 공적 책무 수행 등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영방송으로서 공정 보도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강도 높은 경영 자구책 마련 등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가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6월 임시국회에 돌입한 가운데 TV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포문은 KBS가 열었다. 조대현 KBS 사장은 6월 1일 오후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자유무역협정 이후 국내 제작사와 우수한 제작 인력이 잇따라 중국으로 유출되는 등 차이나머니의 한류 잠식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한류 위기의 ‘대항마’ 역할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시청자 복지를 위한 방송 서비스, 최소한의 공적 책무 수행,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보 등을 위해서라도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 수신료는 2,500원으로 1981년 정해진 이후 35년째 동결돼 왔다. KBS는 2007년, 2010년에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모두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됐고, 지난해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이번 인상안은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시청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KBS 수입 중 수신료 비중을 35%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KBS는 설명했다.
조 사장은 수신료 인상 후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연간 광고 규모 4,100억 원 수준으로 동결(2,000억 원 수준의 광고 감축) △KBS 2TV 평일 새벽 1시부터 밤 9시까지 광고 폐지 △로컬 광고 완전 폐지 △수신료 면제 가구 확대 △EBS 지원 확대 △4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 조성으로 지역 제작 역량 강화 △직급제 폐지 및 연봉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다음날 EBS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용섭 EBS 사장은 6월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EBS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에 앞서 자구적인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6월 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는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이기 때문에 인상 근거와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KBS는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정 보도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강도 높은 경영 자구책 마련 등 선행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은 “공정 방송을 위해서 KBS 사장에 대한 선임 방식을 특별 다수결로 개선해야 한다”며 “여야의 추천 비율이 7대 4인 KBS 이사회 구조에서 사장을 단순 다수결로 선임하는 것은 정권 측 임명이나 다를바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장에 대한 선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성위원회(보도위원회)를 방송법에 규정해 구속력을 갖게 해야 하고, 보도본부장의 중간평가제와 보도국장 및 시사제작국장의 임명동의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KBS가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 인상이 방만경영으로 인한 손실 메우기나 단순 임금 인상 방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고임금체계 합리화, 불용 부동산 매각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수신료 인상으로 종합편성채널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KBS 수신료 인상이 KBS의 질적 향상과 공영성 제고를 위한 선순환 구조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편의 밥그릇을 채워주기 위한 간교한 책략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많은 국민들이 KBS 2TV 광고 축소의 수혜자가 종편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