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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지역 지역 방송사 OBS는 대한민국 지역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100% 자체 편성을 하는 비네트워크 독립 방송이다. OBS는 2007년 개국 이래 100% 자체 편성을 하고 있으며 이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OBS는 자체 제작 비율도 40%나 된다. OBS는 경영난으로 제작비를 대폭 줄였지만, 힘겹게 40%의 자체 제작 비율을 지켜가고 있다. OBS의 이런 건강한 시도는 지역 방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방송계의 소중한 자산이다.
경인 지역 시청자의 염원으로 우여곡절 끝에 개국하여 지역사회의 공기와도 같은 OBS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200억 원~4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로 지금까지 투입된 자본금 1,431억 원 가운데 97%를 이미 잠식당했다. 이 같은 경영난으로 OBS는 2013년부터 제작비를 연간 100억 원 이상 대폭 줄여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경인 지역 지상파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결국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경인 지역 1,500만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인 지역 1,500만 시청자들은 또 다시 지역 지상파방송의 시청권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OBS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게 되었을까? 방송 시장에서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밀린 것일까? 아니면 방송 제도의 문제에 기인한 것인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2012년 미디어렙 도입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준과 원칙 없이 결정한 OBS에 대한 터무니없이 낮은 광고결합판매비율에 있다.
2012년 미디어렙 시행 이후 OBS의 광고 성장세는 완전히 정체 내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OBS는 미디어렙의 가장 큰 피해자다. 2014년 광고 매출액은 2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4%나 하락했다. 251억 원은 OBS의 전신인 iTV의 10년 전 광고 매출액 514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OBS는 과거 iTV와 비교해서 권역은 경기북부까지 확대됐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무려 1,000만에 달한다. 하지만 OBS의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광고결합판매비율은 OBS를 생존 불능의 방송사로 만들고 있다.
미디어렙의 도입과 광고결합판매제도의 취지가 무엇인가? 중소‧지역방송 보호와 방송 광고 균형 발전을 통해 중소‧지역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을 구현해 지역 시청자의 알권리, 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가?
자체 제작 비율이 높은 방송사에 광고결합판매비율 인센티브제를 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이는 지역 방송들의 자체 제작을 견인하고 지역성을 높이는 지역 방송 진흥 정책이다. 특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지역성 높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지역 방송의 자체 제작 활성화는 통합방송법과 지역 방송 발전 지원 계획에서도 핵심 의제다. 따라서 자체 제작에 따른 광고결합판매비율 인센티브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하며, 100% 자체 편성을 하고 있는 OBS의 광고결합판매비율은 재산정 고시돼야 한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지역 방송으로서 핵심적인 정체성인 ‘지역성’을 지키기 위해 수중계의 쉬운 길을 포기하고 건강한 독립 방송을 지향하고 있는 OBS가 이런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방통위는 오는 6월 방송광고결합판매고시 개정을 위해 지금 한창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재개정을 위해 방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7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중소방송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송광고 지원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지역‧중소 방송사 결합 판매 지원 비율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지역‧중소 방송사의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자체 제작 투자 등을 고려해 지원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즉,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지역‧중소 방송사의 무임승차를 억제하고, 자체 제작 비율이 높은 방송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번 방송광고 연구용역 보고서는 1년 이상 절차적 정당성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물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시작으로 방송광고 지원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토론회 등을 개최하였으며, 연구용역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각 방송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연구반을 가동하여 그 어느 때 보다도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
방통위는 대한민국 지역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100% 자체 편성을 하는 비네트워크 독립방송 OBS를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다. 방통위는 OBS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방통위는 경인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한 정책 실패를 두 차례나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방통위는 이번 방송 광고 연구 용역 보고서 결과를 6월로 예정된 방송광고결합판매 고시 때 반드시 반영해 우리사회 지역 방송을 견인할 소중한 가치를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