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유료방송 업계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씨앤앰 매각작업이 또다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은 국내외 인수 후보군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하며 매각 작업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매각자와 인수자의 가격 괴리가 커 매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씨앤앰은 지난해 12월 30일 희망연대노동조합과 협력업체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신규법인에서 채용하기로 잠정 협의하면서 그동안의 갈등을 풀어낸 뒤 바로 씨앤앰 인수 후보군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했다. 업계에 따르면 씨앤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1월 중 CJ헬로비전,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유료방송사업자와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중국계 미디어‧통신 기업 등에 인수 의향을 묻는 투자안내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인 KT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에서 씨앤앰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현재 씨앤앰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약 241만 가구로 케이블 업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최대 MSO로 디지털 전환율도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케이블 업계 1위 CJ헬로비전(약 427만 가구)이나 2위 티브로드(약 332만 가구) 등 국내유료방송사업자들이 씨앤앰을 인수한다면 케이블 업계 평정은 물론이고 유료방송 업계의 절대적 1위인 KT와도 승부가 가능하다. 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씨앤앰을 인수한다면 모바일과 인터넷, 케이블 결합 상품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이 문제다. MBK컨소시엄의 씨앤앰 인수 가격은 약 2조 5,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후보군들은 케이블 방송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가 투자할 당시에는 케이블 방송이 성장세였지만 지난 2009년 IPTV 탄생으로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현재 씨앤앰에 대한 투자 가치는 투자 당시보다 훨씬 떨어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2조 5,000억 원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매각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 반면 씨앤앰 관계자는 “(쌔앤앰 매각이) 합산규제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씨앤앰은 수도권 1위 사업자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씨앤앰 인수 가격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난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 등은 약 2조 원에 씨앤앰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의 70% 이상을 은행 등 금융권의 차입으로 충당했다. 그동안 지급한 이자 비용 등은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매각 금액이 2조 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각 가격을 더 이상 낮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씨앤앰 매각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씨앤앰과 인수 후보군의 가격 괴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일부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사모펀드 등이 씨앤앰의 매각을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만큼 이번 매각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케이블 업계에서도 KT에 맞서기 위해서는 씨앤앰 인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자와 인수자의 가격 차이가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어 씨앤앰 매각은 합산규제 논란이 해결된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