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방송광고 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조선일보(TV조선)>,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A)> 등 주요 신문을 통해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를 몰아주고 있다며 ‘지상파 편들기’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오히려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 방송이 갖는 차별적 특혜가 강화됐다며 반발하고 나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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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1월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201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등 시간과 횟수를 규제해왔던 현행 칸막이식 방송광고 규제를 방송 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총량제로 개선하고, 가상‧간접광고 규제도 완화해 방송광고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앞서 지난 1월 15일 발표된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지난해 8월 수립된 ‘제3기 방통위 비전 및 정책과제’를 기반으로 마련된 것이다.
ⓒ조선일보 |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주요 신문사들은 일제히 반박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올해 초부터 ‘자구 노력없이 安住(안주)하는 지상파’ 제하의 연재기사를 통해 “경영난을 이유로 광고총량제 도입 등 광고 시간을 늘리는 제도 개편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올렸을 때 지급하는 성과급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지급하고, 연봉이 높은 고위직 직급자의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방만한 경영 행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1월 26일자 보도를 통해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로 신문의 재정적 기반인 광고가 위축되면 미디어 다양성 역시 침해될 수 있다”며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신문이나 잡지, 유료 방송 등 다른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신문협회 소속 신문사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추진에 항의하는 공개질의서도 발표했다. 신문사들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조사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개행정의 원칙을 부인하겠다는 것인지 △전체 미디어 산업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와 신문‧유료 방송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했는지 △미디어 간 부익부 빈익빈을 재촉하려는 속뜻은 무엇인지 등 6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상파의 광고총량제만 문제 삼을 뿐 방통위의 방송광고 제도 개선안을 통해 종편 등 유료 방송이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협회는 1월 27일 ‘방송광고 제도 선진화를 조속히 추진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방송 시장 개방과 무한 경쟁 환경 속에서도 종편과 유료 방송에게만 특혜로 남아있는 여러 차별적인 광고제도들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의 종류와 상관없이 지상파 방송사에는 금지된 반면 종편 등 유료 방송에서는 보도 프로그램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간접광고나 가상광고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사에는 방송 시간의 5% 까지만 허용된 반면 유료 방송은 7% 까지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넣을 수 있다.
방송협회는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의 경우 광고를 주재원으로 삼아 운영해야 하는 반면 유료 방송의 경우는 가입자가 지불하는 가입비를 주재원으로 삼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광고를 더 엄격하게 규제한다면 유료방송사업자가 광고 시장에서 보호를 받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광고 차별 규제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방송협회 한 관계자는 “여전히 종편과 유료 방송에 유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는 제도를 가지고 지상파 특혜니 편향 정책이니 하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이런 불합리한 광고제도가 지속되어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기반이 붕괴된다면 어렵게 이뤄온 우리의 문화 주도권을 누가 이어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중간광고를 포함한 방송광고 제도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