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다채널 방송(Multi Mode Service, 이하 MMS)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매체별 도입 순서를 놓고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12월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지상파 다채널 방송 정책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지상파 MMS 도입에 있어 도입 순서 결정이 가장 관건일 수 있다”며 지상파 MMS를 동시 허용할 경우, 순차 허용할 경우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윤 교수는 “KBS와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동시에 지상파 MMS를 시행한다면 △사업의 효율성 극대화 △시청자에게 완성된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경쟁 사업자 즉 유료 방송 업계의 반발로 제도 자체의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 뒤 “EBS 혹은 KBS와 EBS 등 공영방송 위주로 순차 시행한다면 유료 방송 업계의 반발은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규제기관의 로드맵 작성이 매우 중요해지고 절차의 정당성 확보라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동시 시행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은 “지상파 MMS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시청자 복지다. 여기서 복지라는 단어는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데 시청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장르를 종합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일부 지상파 방송사만 우선 시행하는 등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김유열 EBS 정책기획부 부장 역시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에 시작해야 시청자 복지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시청자 대표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도 동시 시행에 한 표를 던졌다. 노 사무국장은 “유료 방송 콘텐츠의 지불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무료 방송의 채널 확장은 시청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보장돼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 뒤 “지상파 MMS가 제대로 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지상파 방송사 모두가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유료 방송 업계에서는 EBS만 우선 실시 등 순차 시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경수 연합뉴스TV 편성제작팀장은 “2005년 MMS 논의가 시작됐을 때와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미 다채널-콘텐츠의 시대다. 지상파 다채널이 생성된다고 시청자 복지가 향상되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학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동시 시행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종일방송이 그랬듯이 MMS를 하라고 해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달갑게 받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 MMS 광고 수익에 대한 전망이 회의적이기 때문에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와 EBS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역시 “지상파 MMS 광고를 허용할 경우 채널당 연간 10억 원 미만의 광고 수익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10억 원 미만의 광고 수익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겠느냐”고 의문을 표한 뒤 “KBS나 EBS 우선 실시로 추진한 뒤 (MBC나 SBS로) 확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발제를 맡은 윤 교수는 “지상파 MMS의 도입은 결국 선택권 확보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굳이 재미없는 공익적 콘텐츠로 접근하기보다는 저소득 계층에게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MMS는 디지털 지상파 TV 1개 채널에 할당된 6MHz 범위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고화질(HD) 채널 1개 외에도 1개 이상의 표준화질(SD) 채널과 오디오·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압축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지상파 MMS가 활성화되면 지상파 채널이 늘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