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전통적인 TV 시청 패턴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이동함에 따라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통합 시청률로 변경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TV 시청 행태가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그리고 주문형 비디오(VOD) 등 다양한 매체의 시청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제대로 된 통합 시청률을 조사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부장은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세대 방송기술 세미나’에서 “스마트 미디어 이용자가 전체 인구 중 약 65%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이용자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있어 전반적으로 방송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시청 행태를 통합해 조사할 수 있는 통합 시청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국내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 기관 중 하나인 TNmS가 지상파방송의 본방송과 재방송, 케이블, IPTV의 시청률을 합산한 통합 시청률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TNmS는 “지상파로 본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청하거나 파일을 내려 받아 보는 이들이 50%가 넘는다”면서 지상파 시청률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난 5년 동안 통합 시청률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사실 통합 시청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통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IPTV의 성장세로 본방송이 아닌 VOD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N-스크린 시청기록 산출조사를 올해 신규 사업으로 편성해 스마트폰과 PC 시청률을 어떻게 조사해 반영할지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방통위는 시범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채널 산정을 위한 조사와 각 매체별 가중치 부여 등 아직 연구할 게 많다”며 충분한 연구를 진행한 뒤 기술적 검토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합 시청률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황 부장은 “통합 시청률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지만 “숨겨진 시청률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VOD 시청도 넣어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방송 사업자마다 가지고 있는 셋톱박스 데이터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수치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VOD를 시청률에 넣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VOD의 경우 본방송 시청과 달리 빨리 보기나 점핑, 스킵 등이 가능하고 한 사람이 여러 번을 보면 여러 명이 본 것으로 적용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시청률 개념에 넣기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정치권과 업계 전반이 공감을 표하고 있으나 새로운 방식을 둘러싼 기준과 적용 방식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통합 시청률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