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안대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주파수가 확정됨에 따라 700MHz 주파수의 나머지 대역을 둘러싼 방송과 통신 업계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과 통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색다른 해결책이 제시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00MHz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에서 재난망 할당 이후 700MHz 대역의 나머지 88MHz 폭을 방송용으로 먼저 배분하고 UHD 전국 방송이 완료되는 2021년에 그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라 미래부가 통신에 할당하려 했던 40MHz 폭 중) 20MHz 폭을 무선마이크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려면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한 뒤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계획대로 라면 2014년 기준으로 7년 뒤인 2021년에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이 완료되는데, 2021년은 공교롭게도 지상파 디지털TV(DTV)가 종료되는 시점이니 현재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활용하고 2021년에 DTV 대역으로 방송용을 재배치하면 700MHz 주파수는 2021년부터 통신이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최 의원의 제안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 따르면 UHD 전환은 수도권의 경우 3~4년, 전국은 7~8년 안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상파 UHD 전국 전환이 완료되는 2021년에 현재 DTV로 활용 중인 470~698MHz 대역으로 UHD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이후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해도 시간적으로 충분하다는 게 최 의원과 방송 업계의 설명이다.
사실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라 700MHz 주파수 중 40MHz 폭을 지금 당장 통신용으로 할당한다고 해도 이미 그 대역에서 무선마이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선마이크 단속 유예 기간인 2020년 12월까지는 700MHz 주파수를 활용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는 4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 12월 31일 700MHz 대역 무선마이크 사용을 종료키로 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홍보 부족으로 700MHz 대역 무선마이크 사용이 지속되고 있어 700MHz 대역 무선마이크 사용 중지로 인한 국민 피해액이 4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선마이크에 대한 단속을 2020년 12월까지 미루기로 결정했다. 결국 2020년 12월까지는 740~752MHz 대역에서 무선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740~752MHz 폭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른 40MHz 폭과 겹친다는 점이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서 통신에 할당한 700MHz 대역은 728~748MHz(상향), 783~803MHz(하향) 등 총 40MHz 폭이다. 이 중 상향 대역의 740~748MHz 대역이 무선마이크 대역과 겹친다.
이에 대해 일부 매체는 “주파수 사용량을 100으로 본다면 이 중 90% 가량이 하향 대역에서 사용되고, 겹치는 대역도 8MHz 폭으로 크지 않아 간섭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으나 본지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 역시 “상향 대역 8MHz 폭뿐 아니라 보호 대역에서도 4MHz 폭 혼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통신 할당 시 해당 대역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파수 혼신의 문제는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0년 900MHz 주파수를 할당받은 KT 역시 간섭 문제로 주파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KT는 900MHz 주파수를 2,500억 원에 할당받았으나 해당 대역에 LTE 기지국을 설치하자 RFID(전자태그), 고출력무선전화기(코드리스폰, 900MHz 맥슨 무선전화기) 등과 혼신을 일으켜 기지국 설치를 중단했다. 통신 업계와 일부 매체의 주장대로 강행한다면 700MHz 주파수 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앞으로 700MHz 주파수 정책은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국회와 미래부,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 업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다면 ‘700MHz 주파수 방송용 우선 분배, 2021년 이후 통신용 사용’ 제안에 주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