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논의, 이제 국회가 나서라

[199호 사설] 700MHz 주파수 논의, 이제 국회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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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용도로 활용할 700MHz 주파수 대역 20MHz 폭을 최종 확정했다. 700MHz 주파수 대역이 확정됨에 따라 재난망 구축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재난망 주파수 분배를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시에 향후 700MHz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제2차 주파수심의위원회를 통해 700MHz 대역 전체 108MHz 폭 중 상향 718~728MHz, 하향 773~783MHz 20MHz 폭을 재난망 주파수 대역으로 결정했다. 미래부의 원안대로 확정한 것이다.

미래부는 주파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난망 주파수를 미래부의 원안대로가 아닌 다른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을 무시했다.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미래부의 원안대로 진행할 경우 지상파 초고화질(UHD) 전국 방송이 어렵다며 효율적인 주파수 배치를 주문했다. 미래부가 원안이 아닌 대안1로 내놓은 미국식 재난망 주파수 분배안대로 진행을 했다면 700MHz 주파수 대역을 재난망과 방송용, 통신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재난망 방식이 동일한 미국과 주파수 대역이 같아 재난망 기지국이나 단말기 수급이 더 손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결국 원안을 고집했다. 단 한 차례의 공청회 뒤 바로 재난망 주파수 분배안을 상정했다. 공청회부터 재난망 주파수 분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에 불과하다.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달 미래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양희 장관은 분명히 700MHz 주파수 정책을 국회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단 한 차례의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로 미래부가 제시한 원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효율적인 주파수 배치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밀고 나갔다. 말 그대로 국회를 무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던 모바일 광개토 플랜도 당초 계획대로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부가 또 다시 입장을 바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 적용되면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은커녕 지상파 UHD 방송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난망 주파수 대역은 확정됐지만 700MHz 주파수엔 잔여 대역인 88MHz 폭이 남아 있다. 88MHz 폭이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래부와 방통위의 정책협의체를 믿을 수는 없다. 언제 또다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움직여야 할 시기다. 지금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700MHz 잔여 대역 활용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