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사발령…“밀실 보복인사” 질타

MBC, 인사발령…“밀실 보복인사”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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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일방적인 조직개편으로 방송사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MBC가 계속적인 인사발령으로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MBC는 인사발령을 통해 직원 130여 명에 대한 전보 조치를 단행했다. 예고됐던 것처럼 교양제작국이 해체되는 한편 정부와 회사에 비판적 의견을 피력했던 PD와 기자들이 집중 포격을 당했다.

먼저 2005년 <PD수첩>에서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을 다뤘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는 사업부서인 산사옥개발센터로, <PD수첩> 팀장이었고 다큐멘터리 <안중근>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던 김환균 PD는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또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조능희 PD, MBC 노동조합 간사 김재영 PD는 비제작부서로, <PD수첩> 출신 이우환 PD와 이춘근 PD 역시 ‘교육발령’ 대상이 됐다.

교양제작국 PD뿐 아니라 과거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뉴스24>의 앵커였던 김수진 기자는 드라마 마케팅 부서로, 지난해 김재철 사장 시절 MBC 보도국 내부 전산망에 비판의 글을 올렸던 이용주 기자와 MBC 파업 당시 집단 사직 결의에 참여한 강연섭 기자는 경영지원국 인재개발부로 ‘교육발령’을 받는 등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인사발령을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밀실 보복인사’라고 규정하며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조직들은) 사측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들과 PD들을 솎아 내고 배제하기 위한 도구”라면서 “조합은 사측의 이번 교육 인사 발령을 ‘배제’와 ‘탄압’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부당 전보’라고 판단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회 역시 인사발령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를 ‘참혹한 인사’라고 비난했다. 기자회는 “이대로라면 공정성과 신뢰도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MBC 뉴스 프로그램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힘든 이런 인사 발령은 MBC 뉴스, 더 나아가 MBC 전체의 몰락을 앞당기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와 기자회는 이번 인사발령에서 특히 ‘교육발령’이라는 대목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번에 교육발령이 내려진 인원은 고참 PD와 기자 12명으로, 11월 3일 당사자들에게 배포된 교육일정을 보면 이들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일과 직장의 혁신’, ‘인간관계의 혁신’ 등 강의를 듣고 인·적성 검사를 받은 후 2박 3일간 직장인 교육을 실시하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해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등의 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MBC본부는 “도대체 이들은 무슨 기준으로 ‘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로 낙인찍히게 된 것인가?”, “‘170일 파업’ 직후 파업 참가자들을 대거 ‘신천교육대’에 몰아넣고 ‘브런치’를 만들게 했던 김재철 시절의 ‘부당전보’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이번 MBC 조직 개편과 관련해 각종 매체에서 비판의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는 MBC를 방치하는 일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0월 3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공익성을 포기하고 효율성과 수익성만 추구하는 개편으로 방송광고 매출 감소와 같은 경영난 타개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개편은 공영방송인 MBC의 위상과 책무를 포기한 개편”이라고 지적하며 방통위 차원의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1월 2일 브리핑에서 “유능한 기자, PD들을 일자리에서 내쫓고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시용 기자와 외부 경력자들을 채용하는 데 수십 억 원의 돈을 써대고 있다”고 질타하며 “이런 폭압으로 지금은 잠시 MBC라는 공영 언론사 한 곳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또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