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LDM 기술, 현실성 없다

ETRI LDM 기술, 현실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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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이 최근 시연한 ‘LDM 기반 차세대 지상파방송 기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들은 ETRI가 하나의 송신기로 하나의 방송 채널에서 4K 초고화질(UHD) 방송과 이동형 HD 방송을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새로운 LDM 기술(계층분할다중화, Layered Division Multiplexing)을 개발했다며 700MHz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LDM 기술을 활용하면 DMB와 지상파 UHD 방송을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내보낼 수 있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본지의 조사 결과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새로운 기술처럼 포장된 LDM 기술은 과거에도 존재했던 개념으로 ETRI와 캐나다 통신연구센터(CRC), 스페인 UPV/EHU 소속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ATSC 3.0에 제안한 기술이다. DMB와 지상파 UHD 방송을 하나의 주파수에 중첩해 송신하는 기술로 수신기는 먼저 모바일 신호를 수신하고, 그 뒤 모바일 신호를 제거한 다음에 UHD 방송 신호를 복원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LDM 기술 적용 시 현재 DMB 단말기와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DMB 대역을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대역으로 활용할 경우 기존의 DMB 단말기들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난시청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LDM 기술이 적용되면 수신기 신호 처리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지게 된다. DMB와 같은 모바일 단말기 수신 신호 처리가 복잡해지고, 회로가 완벽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난시청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LDM 기술은 아직 표준으로 채택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는 “DMB 대역인 VHF 대역은 국내 디지털 라디오, 지상파 DMB, DTV 예비 대역에 대한 정책의 문제로 LDM 기술과는 무관하다. VHF 대역은 전파의 특성상 DTV와 맞지 않기 때문에 유럽도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VHF 대역의 TV 방송을 거의 폐지했고, 미국의 경우 일부 사용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의 지역 방송사가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 중”이라며 “ETRI와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700MHz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번 ETRI의 ‘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 왜곡 보도에 이어 이번 LDM 기술까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실행하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할당을 차일피일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700MHz 주파수와 지상파 UHD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