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 ‘지상파 UHD 송수신정합표준화’ 안건이 재상정됐다. TTA는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약 2주 동안 서면회의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이동통신 3사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재벌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TTA
TTA는 기업 매출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3사가 총회에 올라온 최종 표준안의 채택이나 탈락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지난 7월 2일 TTA 총회 안건으로 올라간 지상파 UHD 표준을 부결시킨 것 역시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기술이 표준화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은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총회 전 단계, 분과위원회–기술위원회–운영위원회 등 세 차례 회의에서 단 한 번도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다가 최종 총회에서 갑자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국제 표준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급하게 표준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와 계열사들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전 세계 각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700MHz 대역 주파수를 빼앗길까 우려한 이동통신사들이 지상파 UHD 표준 채택을 적극 방해한 행위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지상파 UHD 방송에 반드시 필요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자신들의 가입자 수를 늘리고 수익을 창출하는데 소모하고자 막대한 로비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UHD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 강화해야”
지상파 UHD는 모든 국민에게 발전된 시청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공공적이며, 공익적인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들의 주장과 달리 전 세계 방송 기술의 거대한 흐름도 UHD로 수렴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TTA 총회 부결로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 시기는 또 다시 뒤로 밀렸다.
지상파 UHD 방송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 TTA 총회에서도 부결된다면 우리나라의 시청자 복지와 방송 산업은 과거로 퇴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마지막 기회다. TTA는 이번에 재상정된 지상파 UHD 표준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 만약 또 부결이라는 선택을 한다면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들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립과 시청자 복지를 위해서라도 방송의 기술 표준 채택을 더 이상 통신 사업자 중심의 TTA에 맡기지 않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TTA와 이동통신 3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