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역대 최대 국정감사가 돌입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비공개로 논의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이 이번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방송 시장에서의 규제 완화와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방송 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밀실 논의로 이뤄지고 있어 사업자들의 민원 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10월 13일 미래부에 이어 14일 방통위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통합방송법의 논의 과정 및 경과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통합방송법이 아닌 통합유료방송법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운영 중인 일명 통합방송법 연구반은 표면적으로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 규제 체계 정비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료 방송 중심의 기계적인 규제 완화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국감 이슈 연속 토론회-사업자 민원으로 얼룩진 정부의 방송 규제 완화’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지적됐다. 박상호 공공성TF 연구위원은 “방송이라는 영역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 무 자르듯이 구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광고를 두고 모든 방송 사업자가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 방송 사업자만 규제 완화의 특혜가 제공된다면 방송 생태계에서 공적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방송 철학을 세우고, 방송 철학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 역시 유료 방송 중심의 규제 완화가 지상파방송 등 공적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래부와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유료 방송 중심의 과도한 규제 완화는 결국 돈을 낸 만큼 이용자 복지를 가져가라는 식으로 흐를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며 “야당 측에서 여당과 합의를 통해 길환영 방지법 등 그동안 논의돼온 공적 서비스 조항 등을 통합방송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이 모든 논의가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방송법은 오는 11월 중 법안 작업 완료, 내년 초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완료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공개된 내용이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지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미래부나 방통위가 정책 실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공공성이라는 방송의 철학과 시청자 권리가 배제된 통합방송법은 결국 방송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것이 볼 보듯 뻔하다”면서 “이번 국감을 계기로 체계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도입돼 제대로된 통합방송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