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KT가 요청한 2.1GHz 주파수 대역의 용도 전환이 이르면 9월 초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2.1GHz 주파수 대역의 용도 전환이 사실상 허용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700MHz 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KT가 올해 초 요청한 2.1GHz 주파수 대역의 용도 전환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르면 다음주 중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KT가 3세대(3G)용으로 사용 중인 2.1GHz 주파수 대역은 지난 2001년 3G 이동통신표준인 ‘IMT(DS)’ 비동기식 기술용으로 할당받았다. 당시에는 4세대(4G) LTE 기술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파수의 사용 용도는 3G용으로만 한정했다.
KT는 “주파수의 사용 용도를 정할 당시에는 LTE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용도 전환 요청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KT는 2.1GHz 주파수 대역을 LTE로 전환해 현재 LTE용으로 사용 중인 1.8GHz, 900MHz 주파수 대역과 함께 ‘주파수 묶음기술(Carrier Aggregation, 이하 CA)’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3밴드 CA는 LTE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를 연결, 대역폭을 넓혀 속도를 높이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기본 LTE 보다 4배 빠른 최대 300Mbps 속도의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KT의 이 같은 움직임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불공정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1.8GHz의 인접 대역이 아닌 2.6GHz 주파수를 선택했다면 3밴드 CA가 가능했는데 이를 포기하고 1.8GHz 주파수 대역을 선택한 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가 KT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과거 SK텔레콤도 아날로그용으로 쓰던 800MHz 주파수 대역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으로 변경한 바 있고, LG유플러스도 1.8GHz 주파수 대역을 2.5G 서비스인 리비전A(Rev.A)로 변경한 적이 있어 KT에 대한 특혜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사실상 KT가 요청한 2.1GHz 주파수 대역의 용도 전환을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구 방통위에서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한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0MHz 폭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용도를 공익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했으나 미래부와 통신 업계에서는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의 발언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래부가 KT의 용도 전환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미래부와 통신 업계의 ‘정책 일관성’ 주장은 명분 없는 주장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각에서는 통신 3사가 확보한 주파수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확보한 주파수를 먼저 사용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용도 전환을 요청해 주파수를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통신이 확보하고 있는 2.3GHz 대역 주파수와 2.6GHz 대역 주파수만으로도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통신 업계는 2.1GHz 상위 대역은 일본이 위성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2.6GHz 상위 대역 역시 일본이 N-STAR(위성통신)로 활용하고 있어 간섭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2.1GHz 상위 대역은 아직 일본이 사용하지 않고 있고, 언제 사용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또 2.6GHz 상위 대역은 이미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본과 MOU를 맺어 전파 혼·간섭의 문제가 없도록 해놨기 때문에 이 주파수들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 업계에 꼭 필요한 필수 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선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필수적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감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의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700MHz 대역 주파수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없는 지상파 방송사와 이미 충분한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 사업자 중 누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용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