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없이 지상파 UHD 방송 불가능

[분석] 700MHz 주파수 없이 지상파 UHD 방송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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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논의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초청으로 진행된 한국IT리더스포럼 8월 조찬 강연에서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기술 발전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지상파 방송사가 기존 주파수를 효율화해 UHD 방송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과 상충되는 내용이어서 발언 배경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최 위원장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우선 배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 방통위에서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한 40MHz 폭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용도를 공익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인사청문회 당시 최 위원장이 지상파 UHD 방송 상용화에 힘을 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 중 일부를 지상파 UHD 방송에 할당해 주파수를 공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최 위원장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종합편성채널의 모기업 신문사들 그리고 통신 마피아인 통피아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 위원장의 발언 하루 전인 18일 미래부와 방통위 간 UHD 정책협의회가 열렸고, 19일 최 위원장은 지난달 발언에 대한 부연 설명을 내놓았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발언에 대해 주파수가 중요한 국자 자산이니 어느 분야에서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하자는 뜻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를 예상해서 어느 주파수가 어디에 배분되길 희망한다는 뜻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은 최 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700MHz 대역 주파수 중 20MHz 폭은 재난망으로, 40MHz 폭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계획대로 이동통신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할당되지 않는다면 지상파 UHD 방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측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고, ETRI에서 개발한 디지털 방송 중계 장비(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를 도입한다면 현재 지상파방송이 쓰고 있는 228MHz 폭에서도 UHD 방송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ETRI의 발언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원론적인 답변이라고 보고 있다.

   

ETRI

ETRI2009년에 개발한 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는 동일한 주송신기 신호를 중계하는 모든 중계기들이 같은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ETRI는 이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사용하는 다중주파수망(이하 MFN)’ 방식 대신 단일주파수망(이하 SFN)’이나 분산주파수망(이하 DFN)’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존 DTV 중계기의 경우 인접한 중계기들 간에 혼신을 방지하기 위해 중계기에서 F1의 주파수를 받아서 F2로 변환해 전파를 쏘는데, ETRI가 개발한 중계기는 F1의 주파수를 받아서 F1의 주파수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주파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TRI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방송이 228MHz 폭에서 38개 채널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를 활용하면 UHD 방송에 필요한 9개 채널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ETRI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국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전송 방식은 미국식인 ATSC-8VSB 방식이다. 유럽식인 OFDM 방식의 다수 캐리어 전송 방식에서는 SFN 구성이 가능하지만 단일 캐리어 방식인 ATSC 방식에서는 다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MFN을 구성해야만 한다. 그런데 ETRI 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를 활용해 안 되는 SFN을 억지로 구현하다보면 간섭과 혼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SBS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사막이나 인구밀도가 적은 곳에서 이 기술을 실험하고 적용했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산악지형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내 환경에서는 혼선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몰려있는 국내 주거 환경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ETRI의 기술이 분산 송신 기술이 아닌 분산 소출력 중계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ATSC 방식에서 SFN을 구현하기 위해선 분산 중계기와 분산 송신 기술이 있는데 ETRI의 주장대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분산 송신 기술이라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소출력 중계기는 기본적으로 100W, 최대 200W 출력의 방송 신호를 내보내는, 주로 소규모 난시청 지역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소출력으로 UHD 방송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분산 송신 기술을 개발해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전국의 모든 송신시설을 바꾸는 등 디지털 전환과 채널 재배치 과정을 또 한 번 반복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된 디지털 전환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전국의 송신시설을 다 바꾸려면 각 송신소 당 10억 원 정도, 전체 송신소 장비 교체에만 최소 3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들였던 시간을 생각하면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은 무슨 죄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채널 재배치도 다시 해야 한다면서 ETRI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0MHz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실행하려는 미래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할당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700MHz 대역 주파수와 지상파 UHD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