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의무 전송 폐지’ 다시 고개

‘종편 의무 전송 폐지’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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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종합편성채널의 의무 전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 방송 법제 통합의 기본 원칙과 방향’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한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종편이나 보도 채널을 의무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디지털 환경에서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며 “종편이나 보도 채널의 의무 편성을 사업자 간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종편의 의무 전송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무 전송’은 ‘황금 채널 배정’과 함께 종편에 주어진 가장 큰 혜택으로 꼽히고 있다. 케이블과 위성 방송 사업자는 채널 선택권과 상관없이 유료 방송 사업자의 채널 구성을 제한하는 방송법 시행령 제53조에 따라 종편을 반드시 채널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지상파방송인 KBS 2TV와 MBC, SBS도 의무 전송 채널이 아니다. 그런데 공공성이나 공익성과는 거리가 먼 종편이 오히려 의무 전송 채널에 포함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강 교수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KBS 1TV와 EBS를 제외하고 지상파 채널도 의무 전송 대상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종편을 의무 편성에서 사업자 간 자율로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편의 입장에서도 모든 채널에 대해 의무 편성을 송출하는 특혜를 받으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받고 있는 사회적 여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초반에 종편이 자리를 잡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종편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의무 전송해야 할 근거가 없다”며 “지난해 5‧18 왜곡 보도 등을 미루어 볼 때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고, 일방통행식 방송만 일삼고 있는 종편의 의무 전송 폐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종편의 의무 전송 폐지는 출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다. 학계뿐 아니라 업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전반에서 종편 4사가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고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의무 전송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

언론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김모(30) 씨는 “의무 전송이라는 건 소외된 사람들이나 집단의 입장을 꼭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미 여론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인 종편에 의무 전송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출범부터 특혜라고 사회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듣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이제라도, 다른 곳은 몰라도 언론계라도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이라도 종편의 의무 전송이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