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길환영 막아야”

“제2, 제3의 길환영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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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세월호 참사 보도 논란으로 시작된 KBS 파업은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서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의 오래되고 잘못된 지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길환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기술저널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배 구조 개선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후원한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배 구조 개선 입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길환영 방지법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은 매번 제기됐던 공영방송 지배 구조에 대한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KBS의 지배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길환영 사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KBS 사장은 11명의 비상임 이사로 구성된 KBS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 자체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되어 있어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KBS 이사 11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데, 방통위 역시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은 대통령이, 1명은 여당이 추천토록 되어 있다. 최 교수는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통위부터 여야 3:2라는 불합리한 구조로 시작된다. 여기에 더해 KBS 이사 구성은 정부와 여당이 7명을 야당이 4명을 추천하도록 관례적으로 시행되어 오고 있다”며 구조 자체가 친 여당 성향을 가진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녀야 할 공영방송 수장이 시작부터 끝까지 정권에서 독립적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길환영 방지법’의 방안으로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 △재적이사 2/3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구성원에게 사장 추천 ‘거부권’ 부여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이어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 방안은 여당 쪽에서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선 특별다수제만이라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적이사의 2/3 또는 3/4 이상이 찬성해야 선임이 가능한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면 정부나 여당의 영향력 행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KBS 전 이사)는 “특별다수제만으로는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며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이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여야 각각 4명의 인사를 추천하고, 중립적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여야지 최소한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 최 교수는 “KBS 이사회와 각계 대표로 구성된 KBS 사장추천위원회에서 3배수로 후보를 선정해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사회가 추천된 3명의 추보 중 한 명을 특별다수제로 선정한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이에 앞서 여러 번 제안된 바 있지만 일각에서 옥상옥에 불과하다며 반대의 뜻을 보였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옥상옥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장추천위원회의 경우 상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사장 추천 기간에만 구성하도록 해 운영한다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이날 제안된 ‘길환영 방지법’ 역시 표현만 달랐지 이전에 제시된 방안과 동일하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수차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방안 중 단 한 가지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보도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온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편 문제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법으로 제정돼 해결될 수 있을지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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