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KBS라고 부르는가”

“얼마만에 KBS라고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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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KBS가 보도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의 후폭풍이 상당하다. 6월 11일 KBS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2011년과 2012년 사이 자신이 장로인 교회에서 “(구한 말) 일본 식민지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게으르고 신세지는 것이 우리 민족 DNA다”라는 황당한 내용의 강연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정부에서 정식으로 사과한 제주 4.3 사건도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처럼 철저한 식민사관에 물든 문 후보자의 강연이 KBS를 통해 알려지자 여야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가 “하나님께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부분은 사실상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당장 책임 총리제에 대한 논란 자초와 극우에 치우친 과거의 칼럼, 대학교수로써 이념적으로 편향된 내용의 강의를 했던 부분과 더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6월 12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 발언”이라며 “국민을 모독하고 국격을 조롱했다”고 지적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도 4.3 망언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후보자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도 한 목소리로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의 경우 하태경 의원처럼 일부 의원의 ‘옹호성 발언’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려 낙마한 이상, 두 번째로 지명된 문 후보자까지 낙마하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상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자의 사퇴를 정식으로 촉구할 만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문 후보자 논란에 있어 이를 최초 보도한 KBS에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길환영 사장 퇴진과 관련해 양대 노동조합 총파업이라는 굴곡을 겪으면서 새로운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6월 7일 KBS는 자사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통해 사학비리를 심도있게 다루며 여권 실세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 딸의 석연치 않은 교수 임용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6월 11일 [9시 뉴스]를 통해 문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단독보도를 연이어 터트리며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물론 최근의 KBS 보도만 가지고 미래까지 재단하면 위험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동안 문 후보자의 극우성향에 대해 지상파 및 거대 신문사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최근 KBS의 보도는 기념비적인 일이라는 점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특히 MBC가 내부 구성원에 대한 가혹한 징계를 남발하며 파행을 겪고 있고, 기대를 모으는 손석희 사장의 JTBC도 문 후보자 자질 검증에 있어 ‘정확하지만 날카로운 분석을 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KBS의 보도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돌아온 KBS’에 환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얼마만에 개00이 아니라 KBS라 불러 보는지 모르겠다’, ‘KBS도 윗선의 개입만 없으면 얼마든지 성역없는 취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KBS의 저력이 살아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문 후보자는 KBS의 보도에 대해 “따로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며 “추후 청문회에서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문 후보자의 진의가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