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방송기술인, ‘사고’를 원하나

[칼럼] 줄어드는 방송기술인, ‘사고’를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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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참사, 그리고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 이 대형 재난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다양한 말이 나올 것이다. 서두에 나왔지만 지긋지긋한 안전 불감증을 필두로 비리와 유착, 여기에 무사 안일주의까지.

하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로 파고들면 대형 재난사고의 교집합, 아니 그 중심에는 고질적인 인력구조의 불합리성이 있다. 자동화 시스템의 미래가 주는 달콤한 현실의 열매에 취해 무방비 상태로 방기된 인력구조의 비대칭은 사실 가장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패러다임이다.

당장 세월호 참사를 보자. 이번 참사는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의 발로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다. 하지만 이번 참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 이유는 해양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안일한 태도에 있다.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고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져 구조에 필수적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해경은 당연히 질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는 해경의 문제점을 짚음에 있어 시스템적인 요소도 충분히 따져야 한다.

해경은 말 그대로 바다의 경찰이다. 이들의 임무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를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해경의 인력구조 및 활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해경은 경찰청이나 지역 광역수사대가 하는 모조품 창고 수색 및 용의자 체포까지 실로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2008년 발행한 해경 백서에 따르면 해경의 항구 및 연안 사건 비율이 20%를 넘지 않았던 반면 육상사건은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꼭 필요한 적재적소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해경. 인력구조의 불합리성이 가뜩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구제불능 상태에 빠진 해경의 등을 절벽으로 떠밀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벌어진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사고도 전적으로 ‘인재’다. 지난 5월 15일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지방정부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부분 외주인력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안전요원이 거의 100% 아웃소싱 형태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물론 경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을 통해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전과 같은 핵심적인 자리에 외주인력을 채워넣는 행태는 분명 지양해야 할 점을 명확히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과 같은 인프라적인 영역, 핵심적인 사항은 신성 불가침의 원칙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각 방송사에서 기술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문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방송이 공공의 영역에 속한 인프라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방송기술인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상파의 경우 종일방송의 여파로 지금까지 몸살을 겪고 있다. 종일방송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 경영에 있어 커다란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방송기술인들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방송은 인프라다. 전쟁이 터져도 반드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안전’이라는 화두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인력구조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

육상사건에 신경쓰면서 자신들의 본업인 해양사건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해경,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을 대부분 아웃소싱해버린 지하철 공사, 여기에 ‘반드시 운용’되어야 하는 ‘방송관리’를 책임지는 방송기술인의 숫자 감소가 불길하게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