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 방송 시장을 흔들다

CPS, 방송 시장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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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재송신 문제와 CPS 문제가 동시 다발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지상파-에어리오 법정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 민영방송사들도 케이블 MSO와 위성방송에 정식으로 CPS를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2014년 4분기 협상을 목표로 재송신 협상 물밑교섭에 돌입한 상황에서 상용화 전철이 진행 중인 8VSB 허용에도 CPS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배리 딜러가 2012년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리오는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에 지상파 방송의 신호를 받아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한 후, 가입자들에게 소형 안테나를 임대해 방송을 수신하게 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종 OTT’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가입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만 시청할 수 있다는 것과 요금제에 따라 DVR 저장 공간을 최대 40시간까지 부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런데 에어리오는 다른 유료방송과 달리 지상파에 CPS를 납부하지 않는다. 유료방송이 지상파의 신호를 받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는 당연히 CPS 부과 대상이지만, 에어리오는 안테나를 개별적으로 설치해 지상파의 신호를 받는 것은 무료라는 미국 현행법을 활용해 CPS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ABC, CBS, NBC 등 대형 방송사들은 에어리오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현재 지방법원의 판결은 엇갈리지만 연방법원 1, 2심은 에어리오가 승리했다. 당장 백악관까지 나서 에어리오 서비스가 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 4월 22일(현지시각) 심리를 시작한 대법원이 7월에 내릴 결론에 따라 관련 업계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만약 이번에도 에어리오가 승리한다면 모바일 및 온라인 TV의 출현으로 위협받고 있는 미국 지상파는 에어리오 서비스에 영감을 얻은 케이블 및 인터넷 기업의 반격에 휘청일 각오를 해야 한다.

한편, 국내도 CPS 문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국내 지역 민영방송사들이 케이블 MSO와 위성방송을 대상으로 CPS 납부를 요구하며 90억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지역 민영방송의 입장은 간단하다. 케이블 MSO와 위성방송이 SBS에 CPS를 납부하고 있으니 지역을 권역으로 삼고 있는 자신들에게도 당연히 CPS 납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최종 목적은 유료방송(IPTV는 지역 민영방송사와 CPS 계약을 맺고 있다)과 정식으로 CPS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가 잠정적으로 633만 명 수준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SBS 권역인 수도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는 277만 명이다. 지역 민영방송사들이 CPS 계약을 체결하면 연간 100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에는 ‘이중납부’를 내세운 유료방송의 반발과, 권역을 규정하는 SBS와의 조율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난감한 것은 SBS다. 당초 재송신 분쟁 당시부터 지상파를 대표해 유료방송과 재송신 협상을 추진한 곳이 SBS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 지상파들은 유료방송과의 4분기 CPS 협상에 있어 기존 280원 유지 및 인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영방송사들의 CPS 계약 요구는 SBS 주도의 지상파 전체 CPS 계약 전선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케이블 MSO 8VSB 허용에 따른 CPS 논란도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반쪽 디지털 전환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8VSB 허용을 강행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 상품도 디지털 상품이라면, 당연히 CPS를 납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UHD 및 기타 인프라에 집중하는 케이블 MSO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거대 케이블 MSO 수익지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초기 사업비가 많은 8VSB 허용에 따른 여파와, CPS 납부라는 이중고가 겹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에 대해서만 CPS 납부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케이블 MSO가 8VSB 허용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상, 지상파에 대한 CPS 납부도 당연하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