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꽂기만 하면 일반 TV를 스마트 TV처럼 볼 수 있다. 35달러(약 4만 원)라는 가격은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35달러만 있으면 몇 백만 원짜리 스마트 TV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돌풍을 발판삼아 전 세계로 행보를 재촉하고 있는 구글 ‘크롬캐스트’ 이야기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구글 크롬캐스트는 지난달 13일 전파인증을 받으며 국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크롬캐스트 출시에 앞서 ‘한국판 크롬캐스트’라며 주목을 받은 ‘에브리온TV 캐스트’ 여기에 채널 경쟁력을 갖춘 CJ헬로비전과 KT 등 N-스크린 서비스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동글형 OTT(Over-The-Top)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OTT는 기존 통신이나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제공하는 콘텐츠·미디어 서비스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OTT 서비스 중 하나고, 티빙(tving)과 푹(pooq)처럼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것도 OTT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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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발전된 동글형 OTT 서비스는 셋톱박스가 크롬캐스트처럼 동글 형태로 휴대성이 뛰어나면서 TV의 HDMI 포트에 꽂기만 하면 무선 인터넷망(WiFi)으로 기존 TV를 통해 OTT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존 TV를 스마트 TV처럼 이용할 수 있다. 동글형 OTT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상에 있는 콘텐츠를 스마트폰에서 앱을 열듯이 간단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크롬캐스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현대HCN과 판도라TV가 합작 설립한 에브리온TV에서 한국판 크롬캐스트라 불리는 ‘에브리온TV 캐스트’를 출시했다.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OTT 서비스와 미라캐스트가 결합된 에브리온TV 캐스트 역시 TV HDMI 단자에 연결하면 에브리온TV가 제공하는 250개 채널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다. 가격도 6만 원대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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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과 KT 등의 사업자들도 동글형 OTT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에브리온TV보다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CJ헬로비전과 KT가 시장에 진입한다면 동글형 OTT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N-스크린 서비스 사업자들은 동글형 OTT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케이블이나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모바일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품 가격대와 차별적 서비스 등을 놓고 출시 일정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OTT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케이블을 끊고 OTT 서비스로 옮겨 타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 ‘코드컷팅(cord cuttting)’이라는 단어까지 유행됐다”면서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유료방송 요금이 미국과 달리 저렴한 수준이어서 가입자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헬로비전과 KT 외에도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과 다음TV도 동글형 OTT 서비스 시장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서비스가 제공되면 킬러 콘텐츠인 지상파 콘텐츠의 동글형 OTT 서비스 첫 진출인만큼 그 파급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IPTV 입점과 더불어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브리온TV 캐스트에 이어 CJ헬로비전과 KT 그리고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푹과 다음TV까지 합세하면서 국내 동글형 OTT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한국판 크롬캐스트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