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위원장 체제의 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파행으로 시작했다. 4월 16일 열린 첫 전체회의에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의 청와대 임명이 요원한 상황에서 이를 문제삼은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마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앞두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듯 “상임위원 1명이 임명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현안이 산적해 하루빨리 업무를 추진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회의를 개최했다”고 설명했지만 당분간 ‘반쪽자리 방통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통위는 16일 첫 회의를 통해 부위원장을 호선하고 정책과제 마련을 위한 4가지 안건을 보고 받았으며 이날 회의는 최성준 위원장과 여당 추천 허원제, 이기주 상임위원만 참석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모두 빠져 여야 3:0 구도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전체회의는 위원장 단독, 혹은 상임위원 둘 이상의 요청이 있으면 열릴 수 있지만 16일 열린 회의는 3기 방통위 첫 회의라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에 임명장을 받았지만 향후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김재홍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는 합의제를 무시한 여권 추천위원 그들만의 행사”라고 주장하며 “최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합의제운영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김 상임위원은 2시 30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반쪽짜리 방통위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부위원장에 호선된 허원제 상임위원을 둘러싼 논란도 상당한 편이다. 김재홍 상임위원이 ‘부위원장 호선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하지 않은 국회 원내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이 호선되도록 한다’는 방통위 설치법 당시 국회 속기록을 바탕으로 3기 방통위 부위원장을 호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 부위원장에 호선된 허 상임위원 본인이 강하게 반박했기 때문이다.
이에 허 상임위원은 “부위원장은 방통위 설치법에 위원 중에 호선하도록 돼 있다”면서 “소위원회에서 논의됐을 뿐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부위원장을 야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얘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허 상임위원은 1, 2기 방통위에서 전후반기로 나눠 각각 여야 상임위원이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사례가 문제라는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허 상임위원은 “미 FCC도 그렇고 옛 방송위원회도 여당 출신이 부위원장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자신이 3기 방통위 전체 부위원장을 맡겠다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한편 방통위는 16일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이 위원장을 맡는 방통위 산하 11개 법정위원회 구성, 종합편성채널 등을 대상으로 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 조정 등을 비공개로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