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업계가 세계 최초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를 상용화한 가운데 첫 방송 가입자가 탄생했다. 하지만 UHD 콘텐츠 부족으로 UHD 방송이 3D 방송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12일 자사 경남 대표 권역인 거제시에서 UHD 방송 첫 가입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UHD 방송 1호 가입자는 경상남도 거제시 고현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경옥 씨(50세, 여)다. 박 씨는 “브라질 월드컵 등 올해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를 가족들과 함께 실감영상으로 즐기고 싶어서 삼성 커브드 UHD TV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 측은 가장 많은 채널 수와 다시 보기(VOD) 콘텐츠를 자랑하는 CJ헬로비전의 서비스를 1년 동안 무료로 이용하면서 1번 ‘유맥스(UMAX)’ 채널을 통해 UHD 방송을 24시간 동안 시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CJ헬로비전이 별도로 수급한 약 15만 편의 영화도 1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UHD 방송 가입 후 1년 동안 무료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이후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UHD 방송이 ‘반짝’ 나타났다 사라진 3D 방송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바타 열풍으로 시작해 안방까지 들어온 3D 방송은 차세대 방송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안경 착용의 불편함에 콘텐츠 부족 현상까지 겹쳐 활성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3D 방송이 보편화되지 않고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유료 가입자에게만 제공해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질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UHD 방송도 유료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다보면 투자와 콘텐츠 순환이라는 UHD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제2의 3D 방송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UHD 방송 1호 가입자인 박 씨의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은 UHD 콘텐츠에 대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UHD 방송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의 UHD 중계방송은 지상파 방송이 주도하고 있다. UHD 실시간 중계 실험방송까지 마친 KBS를 중심으로 UHD 실험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브라질 월드컵 등을 UHD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부의 주파수 할당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지상파 방송의 UHD 방송은 실험방송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케이블 업계에서 준비한 UHD 콘텐츠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케이블 업계는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 UHD 전용 케이블채널인 ‘유맥스’를 개국했다. 하지만 상용화라는 말을 언급하기에는 유맥스의 콘텐츠 자체가 너무 적다. 실제로 UHD 방송 1호 가입자인 박 씨가 유맥스 채널을 연이어 4~5시간 본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콘텐츠가 편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유맥스 측은 “현재 하루에 5개의 콘텐츠를 4번 순환 편성하고 있고, 요일마다 같은 콘텐츠가 편성될 수도 있다. 1주일에 2개 정도 신규 콘텐츠를 편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커브드 UHD TV의 가격은 65인치 790만 원, 55인치 590만 원 수준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몇 백만 원을 투자한 소비자들이 케이블의 UHD 콘텐츠 수준에 만족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올해 전 세계 UHD TV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2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TV 시장에선 올해 6% 정도를 차지하며, 내년에는 그 비중이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콘텐츠 수급 부족으로 국내 UHD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UHD 정책 수립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