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C 3.0, 어떻게 봐야 하나

ATSC 3.0,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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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송고 – 2014년 4월 9일 오전 7시 21분]

[1차 수정 – 2014년 4월 9일 오전 7시 56분]

[2차 수정 – 2014년 4월 9일 오전 8시 55분]

 

UHD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제조사인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장비 전시회 NAB 2014에서 세계 최초로 북미식 디지털 기술 ATSC 3.0을 기반으로 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연했다.

이 전시회에서 LG전자는 북미 최대 방송장비 업체인 게이츠에어(GatesAir)와 공동으로 시연을 실시했으며 해당 기술은 차세대 영상압축 기술인 HEVC(High Efficiency Video Code)와 OFDM(직교주파수분할) 방식을 통해 영상을 송출한다.

   
LG전자 제공

특히 해당 기술이 지상파 UHD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LG전자가 시연한 ATSC 3.0은 지상파 1개 채널(6MHz)로 UHD 콘텐츠와 고해상도 모바일 방송 콘텐츠를 동시에 송출했기 때문이다. 송출된 모바일 방송은 시속 250㎞의 속도로 이동 중에도 시청이 가능하다.

또 해당 시연을 통해 LG전자는 ATSC 3.0이 방송과 인터넷의 융합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증명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지상파 UHD는 북미식인 ATSC 3.0보다 유럽식인 DVB-T2를 더욱 선호한다. 실제로 4월 5일부터 KBS를 통해 실시되고 있는 (실시간) 지상파 UHD 실험방송은 DVB-T2 방식이다. 이에 앞서 KBS는 지난 1, 2차 UHD 실험방송에서도 DVB-T2 방식을 고수했다.

이처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DVB-T2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ATSC 3.0보다 DVB-T2는 기술 완성도 차원에서 더욱 유리하다. 2015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ATSC 3.0보다 DVB-T2가 선도적인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2015년 12월’이라는 ‘시기’의 문제가 UHD 정책 추진의 지연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더 자세히 보자면, DVB-T2는 이미 4년전에 완성단계로 접어들었다. 현재 방송 선진국인 유럽을 중심으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빠른 기술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ATSC 3.0은 다르다. 2015년 12월 후보 표준안을 도출하며 찬반투표로 ‘안’이 정해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상용화는 빨라야 2017년이다. 명확한 표준이 2017년에 등장하는 ATSC 3.0을 기다려 지상파 UHD 정책을 수립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당장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ATSC 3.0을 기다려 2017년 지상파 UHD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쟁자인 유료방송이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속속 UHD 상용화를 천명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UHD가 너무 늦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전송방식에 있어 DVB-T2를 선호한다고 해도, 해당 방식이 대한민국 지상파 UHD 표준 전송방식은 아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무선국을 허가하며 명확한 전송방식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합중이다.

정부는 UHD 협의체 3개 분과가 도출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올해까지 각 플랫폼의 UHD 로드맵을 설정하겠다는 전제로, UHD 전송방식 결정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실제로 미래부는 “지상파 UHD 표준규격(기술기준)은 한번 결정하면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고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지상파 UHD 도입정책 결정 및 주파수 확보상황과 그에 따른 도입일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부는 “지상파 UHD 표준으로 거론되는 DVB-T2는 유럽에서 SD→HD로 전환하기 위해 2009년에 제정된 표준으로 현재 일부 방송 사업자가 지상파 UHD 실험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ATSC3.0은 미국에서 내년 말 표준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다만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전환정국에서 전송방식을 전할 때 당시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주파수 효율면에서 유리한 유럽식보다 미국식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추진한 바 있다. 당시의 결정이 방송과 통신의 700MHz 대역 주파수 논쟁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강한 상황에서, UHD 전송방식 정국에서도 정부의 결정은 신속하지만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리하자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전송방식에 있어 DVB-T2를 염두에 둔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은 신중하며, 이런 상황에서 ATSC 3.0 가능성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LG전자가 시연한 ATSC 3.0은 주파수 할당전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민감한 ‘주파수 효율’에 있어 상당한 강점을 드러냈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압축방식에 있어 대부분의 흐름이 HEVC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ATSC 3.0과 DVB-T2의 발전 추이가 지상파 UHD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작년 미국의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300여 개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이 ATSC 3.0을 통한 UHD 실험방송을 실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은 디지털 전송방식 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방송 네트워크로써 선진적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곳이다.

그런데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은 ATSC 3.0을 활용한 UHD 실험방송만 실시한 것이 아니다. 작년 8월 29일부터 미국 FCC가 626MHz 주파수 대역(CH 40)에서 DVB-T2 기반의 UHDTV 실험방송을 허가했는데 이 실험에 동참한 것도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이다. 당시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은  서비스 대상 지역에 대한 대표적인 Link Budget을 산정하고 모바일, 고정수신 등 다양한 전송 모드를 통한 Scalable QoS에 대한 검토는 물론, 방송구역(coverage)과 서비스 영역(service contour) 매칭 기술 도출에 기존 6MHz 채널 대역기반 UHDTV 전송을 위한 OFDM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했다.

즉, 미국은 ATSC 3.0과 DVB-T2 방식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해왔다는 뜻이다.

한편, 지상파 UHD 정국에서 제조사인 LG전자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LG전자는 최근 KBS의 실시간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 협력하며 KBS 본사와 서울역에 UHDTV를 설치했으며, 이번 ATSC 3.0 시연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와 더욱 내밀한 UHD 협력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LG전자는 3DTV에 있어서도 SBS와 합작 드라마를 제작할 정도로 뉴미디어에 역량을 쏟고 있으며, 이는 뉴미디어 인프라 구축에 있어 일본의 기술력에 대항하려는 큰 그림을 가능하게 만든다. 또 직접수신율 제고에 있어서도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KBS와 공조체제를 확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