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이블 1, 2위 사업자 결합

美 케이블 1, 2위 사업자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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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며 케이블 MSO를 중심으로 대형 M&A 성사 가능성이 절정에 다다른 가운데, 미국 케이블 사업자들의 이합집산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케이블 사업자의 전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넘어 FCC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망 중립성 논쟁의 결말과 방송의 공공성 문제도 첨예하게 얽혀있다.

최근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2위 사업자인 타임워너 케이블을 452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지난 2009년 타임워너에서 분사되어 운영되던 타임워너 케이블은 뉴욕과 LA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다. 이에 컴캐스트는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를 통해 지금까지 넘보지 못했던 뉴욕과 LA를 권역으로 삼는 한편, 미국 케이블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공룡 사업자로 거듭나게 됐다. 무려 3천300만 가구의 가입자를 보유한 명실상부 최고의 유료방송 사업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컴캐스트가 타임워너 케이블을 완전히 품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FCC(연방통신위원회)와 법무부의 규제를 넘어야 한다. 우선 FCC는 망중립성 측면에서 양 사의 합병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복잡하다. 여기에서 1월 13일(현지시각) 워싱턴DC 관할 연방 항소법원은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2011년 FC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광대역 인터넷에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한 FCC 규제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망중립성의 고향이라고 여겨지던 미국에서 기본적인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FCC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케이블의 합병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당장 FCC의 입장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팽팽하기에, 이번 합병을 더욱 까다롭게 평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부터 동영상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게 될 회사가 ‘망’을 갖고 횡포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캐스트는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2천200만 가구로 늘리게 된다. 미국 시장의 35.9%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컴캐스트가 2011년 NBC 유니버셜을 인수할 당시 오픈 인터넷 규칙에 서약했기 때문에 FCC가 양 사의 합병을 의외로 간단하게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컴캐스트의 합병을 독과점의 측면에서 평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지상파-케이블의 재송신 분쟁도 날카롭게 얽혀있다. 당연하다. 컴캐스트가 합병을 마무리하고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 등극하면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과의 재송신 협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지상파 재송신 분쟁 당시 콘텐츠 사업자들이 판정승을 거두었지만, 거대 케이블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은 단숨에 모든 것을 바꿔버릴 수 있다. 법무부는 바로 이러한 충돌지점을 면밀하게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한민국도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완화를 통해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1, 2위 케이블 사업자의 합병은 국내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