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방송기술의 정수이자 거대한 조류로 여겨지는 UHDTV를 둘러싼 제조사들의 행보가 거침없다. 초대형부터 보급형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무기로 글로벌 제조사의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UHD 시장 자체의 팽창력을 동력으로 하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뜨거운 상황이다.
12월 30일 세계 최대인 110인치 UHDTV를 출시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매섭다. 현재 상용화된 UHDTV 중 가장 커다란 크기인 본 제품은 가로가 2.6미터, 세로가 1.8미터에 달한다. 일반가정에서 쉽게 설치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여겨지며, 가격은 약 1억6천만 원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110인치 UHDTV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월에 열린 CES 2013이었지만, 상용화 궤도에 오른 첫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중국과 일본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고자 크기를 내세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선제적인 상용화를 추진한 점은 변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10인치 UHDTV의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중국 BOE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110인치 UHDTV |
이에 대응해 LG전자는 105인치 곡면 UHDTV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록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곡면 UHD를 선보이며 LG전자의 동력이 일부 빠졌다는 지적은 있지만, LG전자의 제품이 세계 최대 크기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UHDTV 시장 주도권을 쟁탈하기 위한 첨예한 충돌지점은 ‘보급형’이다. 디스플레이서치의 3분기 UHDTV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일본의 소니가 23.4%의 점유율로 1위를 수성하는 상황에서 최초로 2자리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10.1%), 그리고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LG전자(9.8%) 모두 보급형 UHDTV를 바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UHDTV 시장규모가 2013년 29억7천만 달러에서 2014년 91억1천만 달러, 2015년 111억5천만 달러로 확대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디스플레이서치 발표) 상대적으로 저렴한 44인치와 65인치 UHDTV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 주도권 전쟁의 추이는 자연스러운 가격인하 효과와 더불어 2014년 1월 CES를 기점으로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제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UHDTV 발전이 그 열기를 더해 갈수록 덩달아 ‘발전의 주체’를 둘러싼 논의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과 위성의 UHD 표준 모델을 확정하는 한편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를 토대로 지상파를 배제한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최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래부 산하 TTA의 지상파 UHDTV 표준이 좌초된 상황에서 보편적인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가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변질되는 부분은 엄청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