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상파 UHD를 버렸다

정부는 지상파 UHD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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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최근 79차 표준총회에서 UHD 디지털 위성방송 송수신 정합표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케이블에 이어 위성방송에도 UHD 상용화 속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지상파 UHD 표준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을 짜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UHD 디지털 위성방송 송수신 정합표준은 국내 UHD 디지털 위성방송 시스템이 사용하는 비디오, 오디오, 보조데이터 신호의 상세 규격을 정의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관련 시스템 제조업체 간 혼란을 최소화하여 시스템 구축 기간을 단축하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 기여한다. 방송 기술기준 제정은 추후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부가 UHD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지상파 UHD를 배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14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서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추진했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은 정부가 12월 10일 후속안을 통해 지상파 UHD 정책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겼으나, 막상 지상파 UHD 표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기술보고서로 하향 채택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케이블에 이어 위성에 대한 UHD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사실상 UHD 정책에 있어 지상파의 역할을 배제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현재 지상파는 KBS를 중심으로 UHD 2차 실험방송을 성공리에 종료하는 한편, 그 기술력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지상파는 보편적 UHD를 통해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를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식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이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에게만 새로운 방송기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패착을 저지르고 있다. 동시에 지상파 UHD 표준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며 케이블과 위성 UHD 상용 서비스만 지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출력중계기 및 방송시설 공동화 등으로 난시청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커버리지 확대를 목표로 하는 단순 시청권 보장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다양한 방안을 통한 난시청 해소 및 시청권 보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UHD를 중심으로 하는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난시청 해소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도 현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당장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은 특정인에게만 국한된 미디어 서비스라는 비판과 더불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지상파 UHD의 싹을 잘라 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