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불안한 출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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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2023년까지 1GHz 이상의 통신용 주파수를 확보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와 고화질 동영상 전송,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 간 통신(M2M) 등이 모바일 트래픽을 예상보다 더 많이 증가시킬 것이란 수요예측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미래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바일 트래픽을 해소하고 통신기술의 발전을 위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공개했으며, 12월 안으로 확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플랜 2.0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단계는 2015년까지 700MHz 대역 40MHz 폭과 1.8GHz 대역 30MHz 폭, 2.6GHz 대역 40MHz 폭 등 총 110MHz 폭을 비롯해 2.6GHz 대역에서 40MHz 폭, 2.5GHz 대역에서 20MHz 폭 등 최소 60MHz폭을 추가 확보한다. 이와 함께 오는 2016년 12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2.1GHz 대역 100MHz 폭을 회수해 최소 60MHz 폭을 LTE 용도로 재활용한다. 단, 700MHz 대역 주파수 40MHz 폭에서 무선마이크로 활용되고 있는 740~752MHz 대역은 2021년 이후에 활용 가능하다.

2단계는 2018년까지 최소 290MHz 폭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2.1GHz 대역 60MHz 폭, 2.0GHz 대역 40MHz 폭, 2.3GHz 대역 30MHz 폭 등 130MHz 폭이 대상이다. 동시에 3.5GHz 대역은 M/W 중계 등 기존 무선국 회수 및 재배치를 전제로 해당 대역에 최소 160MHz 폭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논란이 되었던 와이브로 2.3GHz 대역 주파수(2019년 3월 만료) 40MHz 폭도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2단계에서 통신용으로 할당될 주파수는 290MHz 폭 이상이 될 전망이다.

3단계는 2020년까지 1.8GHz 대역에서 20MHz(재활용), 6GHz 이하에서 200MHz 폭을 할당해 총 220MHz 폭을 할당한다. 4단계는 2023년까지 무려 510MHz 폭을 할당하며 2.6GHz 대역 10MHz 폭, 6GHz 대역 이상에서 최소 500MHz 폭이다. 다른 단계에 비해 추상적인 수치인 만큼 220MHz 폭 이상을 통신에 할당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렇듯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은 최소 1GHz에서 많게는 1.5GHz 이상의 통신용 주파수 확보를 골자로 한다. 동시에 정부는 와이브로 주파수는 물론, 가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모조리 통신에 할당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모바일 트래픽을 근거로 통신사에 막대한 주파수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당위성이 핵심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통신사는 물론, 소위 친 통신 언론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업그레이드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며 모바일 트래픽 해소에 있어 일대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지만, 모바일 트래픽 자체가 3G 시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남발 및 무차별적인 가입자 유인에 따른 통신사의 원죄라는 점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의 헤비 유저가 99%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비정상적인 데이터 소비 구조를 방치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통신 주파수 할당을 독려하는 점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모바일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통신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충분히 일리가 있으나 통신사 스스로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개선안을 발표해야 한다는 반론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통신사들의 모바일 IPTV 활성화를 통한 수익구조 활성화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버라이즌과 AT&T가 총 21,500만의 가입자를 보유하면서도 총 200MHz 폭의 주파수를 할당받은 반면, 국내 통신사인 SKT와 KT는 상대적으로 적은 4,400만의 가입자를 보유하면서 290MHz 폭의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당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주파수 정책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한 편이다. 주파수 정책의 파편화를 야기한 근본적인 이유가 통신사의 막무가내식 주파수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통한 무리한 주파수 정책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700MHz 대역 무선마이크와 900MHz 대역 무선전화기 대란이다. 물론 정부는 주파수 이용기간이 끝나 지난 10월부터 사용이 금지된 700MHz 무선마이크와 올해 말로 이용이 종료되는 900MHz 무선전화기 이용자에 대해 최대 7년간 단속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700MHz 대역 회수에 있어 1단계에 해당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은 정부 정책의 난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은 발표와 동시에 엄청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플랜에 포함된 재활용 대역, 즉 SK텔레콤의 주파수 대역 회수시기와 용도와 관련해 통신 3사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날을 세우고 있으며, 한국방송협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보다 2배 이상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추가 발굴해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은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의 공공적, 공익적 활용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이동통신의, 이동통신을 위한, 이동통신에 의한’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협회는 플랜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HD급 방송보다 4배에서 16배까지 높은 화질로 실감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UHD(Ultra High Definition)를 차세대 방송으로서 무료 보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700MHz가 40MHz 대역 폭 이상 통신용으로 할당된 것으로 못 박음으로써 700MHz 연구반의 논의를 무력화시키고 재벌 이통사에게 주파수를 배정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