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한 국가직무능력표준

괴이한 국가직무능력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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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결과물은 괴이하기 짝이 없다.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지식 및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내용 치고는 편협하고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기술 분야는 최악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12월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한국고용정보원은 외부 연구단체에 용역을 의뢰해 국가직무능력표준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한국전파진흥협회(이하 RAPA)와 함께 발표가 있기 몇 달 전부터 공동으로 방송기술에 해당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개정을 추진해 왔다. 기존 표준이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표준에는 대분류 정보통신, 중분류 방송기술, 소분류로 지상파 방송(라디오방송/TV방송/지상파DMB/케이블방송)과 방송서비스(유무선통합서비스/방송시스템운영/정보시스템운영/방송기술지원서비스/방송장비설치유지보수)로 되어 있었다. *괄호안 항목은 세분류.

이에 연합회는 철저한 직무조사와 광범위한 심층분석을 통해 중분류 방송기술을 기준으로 소분류에 방송제작기술(방송영상/방송음향/방송조명/방송편집/방송중계/라디오제작), 방송송출/송신기술(지상파TV송출/지상파DMB송출/지상파라디오송출/케이블송출/위성송출/IPTV송출), 방송시스템기술(방송제작시스템구축운용/방송기술지원서비스/플랫폼통합서비스), 방송기술운용기획(방송기술기획/방송품질관리/방송기술연구)로 정리했다. 기존 표준의 오류, 즉 지상파 방송 소분류에 케이블 방송이 들어가 있거나 위성 및 IPTV가 누락된 부분을 C-P-N-D의 형식으로 최적화 한 것이다.

하지만 12월 12일 발표안은 기존 표준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연합회가 RAPA와 함께 제출한 안건을 모조리 무시하고 더 괴상해진 안건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표준을 살펴보면 기존 표준의 정보통신 대분류 내부 지상파방송, 방송서비스 소분류를 아예 방송기술로 묶어버렸고, 내부의 9개 세분류도 3개로 줄여버렸다. 게다가 무대, 편집, 조명 등의 안건은 8번 대분류인 문화예술디자인방송으로 이동해 흩어지기도 했다. 종합하자면 관련을 찾기 어려운 방송기술 영역들을 흐릿하게 묶어버리거나 파편화시켜 관련 직무 자체를 모호하게 분류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8번 대분류인 문화예술디자인방송 내부 방송뉴스는 아나운서로, 신문기사는 기자로 분류해 만약 새로운 표준이 확정되면 대한민국에서 방송기자라는 직업은 표면적으로 사라지고 신문기사와 기자도 모호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 김동규 부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2월 12일 공개된 표준은 말 그대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한 것이지, 절대 확정안이 아니다”며 “앞으로 최종안을 확정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단순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식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의견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을 하기도 했다. 당장 정부조직이 무리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본 취재는 집중취재 대상입니다. 추후 자세한 분석기사가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