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안테나만 달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편적’이라는 의미는 보편적 화질을 통해 보편적 콘텐츠를 보편적으로 접근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규정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직접수신율을 높여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전편에 이어) DTV KOREA와 100%재단은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라 발생하게 될 난시청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012년 초 ‘공시청 설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모든 시청자들이 무료로 지상파 방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수신 환경을 개선해 매체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이다.
DTV KOREA는 19세대 이하 공동주택 중 직접수신을 희망하는 4세대 이상의 신청자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안테나‧배선공사‧공사비 등을 무상 지원하고, 20세대 150세대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전체 금액의 50%를 지원키로 했다. 100%재단 역시 20세대 이상 150세대 미만 공동주택과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의 공시청 설비 공사 금액을 50% 지원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공시청 설비 지원을 신청하는 공동주택이 당초 예상치의 1/3 정도밖에 안 된 것이다.
사실 공시청 설비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전에 완료됐어야 하는 사업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기 전에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블랙아웃 없이 방송을 볼 수 있다. 그런데 DTV KOREA와 100%재단이 지원하는 공시청 설비 지원 사업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불과 9개월여 앞둔 2012년 3월에 시작됐다. 사업 시작 자체가 너무 늦은 것이다.
신진규 MBC 디지털기술국 기술관리부장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신 부장은 “2010년 지상파 방송4사 사장단 모임에서 2011년에 공시청 설비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그런데 시범사업 예산이 2억 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2년에야 비로소 본 사업이 시작됐다”면서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일하게 대처했음을 인정했다. 선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공세에 밀려 그나마 있던 직접수신가구마저 유료방송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날로그 방송 조기 종료와 인력부족이라는 문제가 맞물리면서 공시청 설비 공사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화면 절반을 가리는 자막과 함께 디지털 전환 안내 방송이 계속되자 공시청 지원을 신청하는 가구들은 몰리는데 인력과 작업 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공시청 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가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작업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니 재작업을 다시 해야 하고 다른 신청 가구는 또 기다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50% 금액 지원이라는 부분도 신청이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요금 체계가 낮음을 지적했다. 그는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50%의 비용 부담이 있는데 케이블 방송의 요금 자체가 저렴하다보니 공시청 설비에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시청자들이 공시청 설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추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