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저소득층은 오는 12월부터 디지털TV를 시중보다 70% 정도 싼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제공되는 디지털TV는 클리어쾀 기능이 추가된 TV로 셋톱박스 없이 TV만으로도 디지털 케이블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클리어쾀 기능 자체가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기에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아니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국가유공자‧시청각장애인 등의 저소득층 중 디지털TV가 없는 약 197만 가구를 대상으로 디지털TV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저소득층 등 디지털TV 보급 지원 사업’을 다음달 2일부터 개시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디지털TV 보급률은 69% 수준이지만 저소득층의 디지털TV 보급률은 절반 정도인 3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추진하게 됐다”면서 “디지털TV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 대한 복지형 상품 제공과 요금감면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디지털TV를 저렴하게 보급하는 동시에 디지털 방송 서비스에 대한 요금 부담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디지털TV의 가장 큰 특징은 지상파 방송 수신기능 외에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클리어쾀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TV만으로도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가격은 LG전자 24형이 21만9000원, 29형이 30만9000원, 32형이 38만9000원, 42형이 64만2000원이고, 삼성전자 29형이 35만2000원, 32형이 40만9000원, 40형이 62만7000원, 대우디스플레이 32형이 33만원이다.
미래부는 디지털TV 보급지원과 함께 시청가능한 다양한 디지털 방송 매체에 대한 안내 및 후속절차에 대한 지원도 제공해 신청자가 최소의 부담으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지상파 직접수신을 희망하는 경우 디지털시청100%재단과 협조해 수신안테나를 무상으로 설치할 수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로 전송되던 시기에는 화면 겹침‧퍼짐이 발생하는 등 난시청 지역이 많았으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형안테나 설치만으로도 깨끗한 방송 수신이 가능해 현재 대다수의 직접수신가구에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저렴한 디지털 케이블TV 방송 서비스 이용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복지형 상품(3,000원~4,000원)의 이용이 가능해 추가적인 요금부담 없이 아날로그 의무형과 동일한 방송채널을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DVD 등 양방향 서비스 또 더 많은 채널의 유료방송 서비스 이용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30% 내외의 요금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디지털TV 구매를 희망하거나 디지털 방송 매체에 대한 안내 및 지원을 받고자 하는 저소득층은 02-737-2763으로 전화해 신청하면 된다.
미래부는 “디지털TV 구매를 희망하는 경우 보급형 TV 구매가 가능한 대상인지 확인하고 TV 모델 선택, 시청희망 방송 서비스 선택, 이후 발급되는 가상계좌에 구매대금을 납부하면 된다”면서 “보급지원 대상자 여부 확인은 신청자가 처음 전화신청을 할 때 디지털TV 보급 지원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해 신청자가 별도로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매가 완료되면 가전사에서 TV를 지정한 주소로 배송‧설치하고, 선택한 방송 서비스에 따라 안테나, 유료방송 설치 등 후속지원을 한다.
미래부는 이번 사업으로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클리어쾀 기능이 추가된 TV의 경우 VOD(주문형 비디오) 등 양방향 기능은 없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클리어쾀 도입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디지털 방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양방향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홈쇼핑 송출도 문제로 떠오르면서 클리어쾀TV는 여전히 논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클리어쾀 채널 구성에 홈쇼핑 채널이 포함되면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클리어쾀TV 도입으로 8VSB 진입장벽도 한층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는데 이 같은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으로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장점을 소비자들이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미래부의 유료방송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어쾀TV 보급이 확정된 만큼 관련 전문가들은 “클리어쾀 도입만으로도 충분히 지원될 수 있는 만큼 최근 종편 특혜로 언급되고 있는 8VSB 방식은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8VSB 마저 허용되면 방송 생태계 자체가 파괴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