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 측에 “언론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식의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MBC노조는 14일 성명을 통해 “지난 8일 노사협의 자리에서 김 사장이 ‘조합에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엔 정치위원회가 있고 규약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정파적 정치성을 띈 만큼 조합과 공정방송을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발언했다”며 “사실상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고 싶으면 언론노조에서 탈퇴하라’는 식의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사측 더구나 사장이 직접 이 같은 주문을 하는 건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단체와 연대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고민하는 것까지 그 권리는 MBC 2천여 조합원들에게 있지 결코 사장의 말 한 마디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현재 김 사장의 이러한 행동은 지난 5월 사장 선임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동조합의 언론노조 탈퇴 유도’ 때문이라며, 일부 방문진 이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을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구로 활용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축인 단체협약이 다시 세워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단체협약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측도 “단체협약이 없는 지금의 상황을 더 즐기고 내년 3월 사장 선임 국면에 또 다시 꺼내놓을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김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면 MBC 2천여 조합원들의 고민과 합의 속에 지속되고 있는 연대를 실체도 없는 ‘정치집단’으로 몰아붙이는 무도한 짓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