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사들의 광고에는 ‘황금 주파수’와 ‘최다 주파수’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물론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현장에서 듣던 이야기를 익숙한 TV와 광고지에서 듣고 보니 흥미롭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광고들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최근 LTE 주파수 경매를 마친 통신3사의 광고를 보면 KT와 SKT는 황금 주파수를, LG유플러스는 최다 주파수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홍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광고를 접한 일반인들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궁금증을 나타내며 ‘도대체 황금 주파수는 뭐고 최다 주파수는 뭐냐’라는 질문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의 기저에는 더 좋은 통신사를 선택하고자 하는 순수한 소비자의 욕구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통신사들의 광고는 대부분 의미없는 공염불이다.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를 홍보문구로 차용함으로서 소비자들을 기만하려는 술수를 부리는 것이다. LTE 자체가 마케팅 용어에서 차용되었으며 사실상 진정한 4G 시대를 열었다는 확고한 기준이 없는 것처럼, 황금 주파수니 최다 주파수니 하는 말들은 모두 신기루일 뿐이다. 당장 주파수와 통신 서비스의 품질향상을 하나로 묶어 광고하는것 부터가 문제다. 물론 주파수는 통신 서비스의 근간이지만 그 자체가 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통신 3사 모두 각자의 주파수 영역에서 30MHz폭의 광대역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부여받은 주파수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실시하고 얼마나 뛰어난 장비로 그 간격을 메웠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통신 3사의 광고는 마치 주파수가 모든 통신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가치인 것처럼 그리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황금 주파수라는 단어도 문제다. 이 단어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백번 양보해서 황금 주파수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면 그에 대한 정의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주파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의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2G 시대에야 주파수 특성에 따라 단순하게 비교해 황금 주파수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만 자동로밍 및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 수급 용이성이 화두로 떠오른 현재에는 이러한 정의도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확언하자면 2G 시대는 800MHz, 3G 시대에는 2.1GHz 대역 주파수가 황금 주파수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4G 시대의 황금 주파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통신 서비스에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KT는 1.8GHz 대역을, LG유플러스는 2.6GHz 대역을 소위 황금 주파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자신들이 할당받은 주파수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꼼수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주파수 정책에 있어 논란이 되는 700MHz 대역 주파수부터 2.GHz 대역 주파수가 모조리 파편화되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상황에 급급한 수급 정책남발로 가용 주파수 자체가 잘게 부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무책임한 주파수 정책을 수립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런 관계로 SKT는 800MHz와 1.8GHz를, KT는 800MHz와 900MHz, 1.8GHz를 LG유플러스는 800MHz와 2.1GHz, 2.6GHz를 LTE용으로 보유하게 되었으며 현재 전국망은 SKT 800MHz, KT 1.8GHz, LG유플러스 800MHz로 구축한 상태다. 2배 빠른 LTE 경쟁을 위해 SKT는 1.8GHz 전국망 확보를 추진했으며 KT는 기존 1.8GHz 확장을 통해, LG유플러스는 2.6GHz 전국망과 2.1GHz 보조망 설치를 선택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파편화된 주파수를 보유한 통신사들이 왜 각자의 대역을 황금 주파수라고 명명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일까. 1위 사업자인 SKT는 수성을 위해 1.8GHz 대역 주파수를 은연중에 황금 주파수로 밀고 있으며 LTE 후발주자인 KT는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1.8GHz 대역을 전면에 내세우고, 마찬가지로 LG유플러스도 보조망 설치가 수립될 때까지 2.6GHz 대역을 소위 ‘미는 것’이다.
결국 4G 시대에서 통신용으로만 보면 황금 주파수라는 말은 없다는 뜻이다. 그저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교묘한 눈속임 마케팅을 펼치는 것 뿐. 앞에서 설명했듯이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한 장비와 인프라 구축이 통신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황금 주파수나 최다 주파수를 운운하며 막강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정도면 거의 입건수준이다.
참고로 방송용 필수 주파수로 여겨지는 700MHz 대역 주파수에도 황금 주파수라는 말이 붙는다. 물론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원하는 통신사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주파수를 빨아들이면서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 해당 주파수까지 황금 주파수라 부르는 것은, 결국 헛된 신기루를 조잡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탐욕과 거짓을 투영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황금은 없다. 황금 주파수도 없다.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