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 3일 ‘와이브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KT와 SKT 등 와이브로 사업자가 가입자 보호를 전제로 사업을 포기하고 관련 주파수(2.3GHz)를 반납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여기에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하면 와이브로 방식과TDD-LTE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와이브로 출구전략을 천명한 셈이다.
와이브로는 2006년 정부가 한국이동통신기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민관 사업자들을 참여시켜 만든 서비스다. 나날이 발전하는 세계통신시장의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정부차원의 강력한 추진동력을 쏟아부어 만든 토종기술인 것이다. 물론 한국형 이동통신서비스로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가 존재하지만 해당 기술은 미국의 퀄컴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이동통신서비스는 와이브로가 처음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만큼 와이브로 기술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이동하면서도 30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와이브로는 대한민국 가히 이동통신의 혁명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하지만 결국 와이브로는 LTE 기술에 밀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삼선전자도 더 이상의 개발을 포기하고 단말기와 관련장비 생산을 중단했으며 가입자 추이도 조금씩 하양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부의 와이브로 종합대책도 이러한 시장 반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미래부는 와이브로 종합대책을 통해 사실상 해당 기술의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도 막상 ‘완전포기’는 선언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국가전략사업이란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했던 KT와 SKT의 아우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작정 실낱같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부는 이번 대책에서도 KT등에 대해 “와이브로를 중단하려면 가입자보호 대책을 만들고 주파수는 정부에 반납하라”며 사실상 TDD LET전환을 불허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우선 와이브로가 실패한 기술로 정의된 이상, 해당 주파수를 다른 영역으로 빠르게 돌려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으나 그 대상을 LTE용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변경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와이브로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은 최근 LTE 주파수 경매를 마친 통신사들의 조건이행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이 포기하는 대신 와이브로 주파수를 가져가는 방향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를 노리는 KMI와 IST도 이번 와이브로 출구전략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와이브로 용도에 한해 주파수를 할당했기 때문에 제4이동통신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은 와이브로 기술방식로만 도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MI가 이달 중순경 허가신청서를 낼 예정이지만 IST는 주주구성 등과 관련해 아직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둘의 맞대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