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는 울트라 을(乙), 지원이 필요

PP는 울트라 을(乙), 지원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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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의 최약자로 여겨지는 PP의 활성화를 위해 선문대학교 황근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 업계의 화두다. 황 교수는 개별 PP의 20%를 의무편성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차별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개별 PP를 육성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논리까지 개진하며 PP를 둘러싼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9월 24일 개별PP발전연합회가 주최한 ‘중소 개별PP 현실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황근 선문대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제공하는 채널수의 20%를 중소 개별 PP로 의무편성 하는 제도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황 교수는 “70여개 채널을 운용하는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지상파, 종편·보도채널, 공공 공익채널등 의무편성 채널과 지상파 계열PP, MSP채널(플랫폼 계열PP) 등을 빼면 10여개만 남는다”며 “150여개 중소 개별 PP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울트라 을(乙)”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황 교수는 케이블 다양성의 상징인 PP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프로그램 사용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황 교수는 “플랫폼이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도 VOD(주문형비디오)를 운영하는 홈초이스 부분을 제외한 순수 수신료를 25%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래전부터 PP와 SO사이에서 논의되던 사안으로서, 황 교수는 본 발언을 통해 프로그램 사용료의 구조적인 개혁을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황 교수는 수신료를 현실화시켜 유료방송 광고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PP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관심을 끌었다. 수신료를 월 2,000원 인상하고 KBS의 광고 의존율을 20% 이내로 제한한다면 연간 약 2,000억원 정도의 광고 매출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며, 이는 PP의 건강한 육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어 황 교수는 유료방송 수신료도 상승시켜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 구축에 일조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수신료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종합편성채널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어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황 교수는 PP의 차별적 지원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황 교수는 “개별 PP가 활성화되려면 제도정비 차원의 거시정책과 경쟁력 있는 PP를 키우는 차별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거시정책은 PP 발전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언급된 수신료 분배 정상화와 재전송제도 명료화, 8VSB 정책 재고 등을 말한다. PP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자는 복안이다.  

황 교수는 거시정책을 담보로 한 개별 PP의 차별적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황 교수는 2012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을 기초로 137개 개별 PP 중 홈쇼핑과 공익채널을 제외한 119개를 따로 선별한 후, 자의적으로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56개를 제외한 63개 PP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기준은 방송투자지수와 재무지표지수로 구분했으며 우량군(1그룹, 8개), 정책적 지원군(2그룹, 23개), 부실군(3그룹, 22개), 정책적 규제군(4그룹, 10개)을 분류했다. 이중에서 1, 2그룹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개별 PP로 보고 차별적 지원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황 교수의 PP 발전을 위한 거시정책과 차별적 지원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케이블 다양성의 상징인 PP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한다는 대의에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없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대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개별 PP의 그룹화를 방송투자지표와 재무지표지수로만 재단한 것은, 향후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PP의 잠재적 경쟁력을 성급하게 무시했다는 비판이다.

또 황 교수의 PP 발전 정책이 의도치 않게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8VSB 허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유료방송 8VSB 허용의 맹점 중 하나가 종편 및 케이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특혜와 더불어 군소 PP의 퇴출에 따른 다양성 훼손에 있기 때문이다. 즉, PP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4개의 그룹을 나누어 우량과 비우량의 경계를 확정해 버리면 이는 오히려 8VSB 허용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황 교수의 주장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방만하게 운영된 PP 시장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이라는 것에 무게가 쏠린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PP 활성화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다듬어 진다면, 전체 PP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