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케이블사업자 3사를 신고함에 따라 KT 진영과 반(反) KT 진영의 갈등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CJ헬로비전, 현대HCN, 태광 티브로드 등 케이블사업자 3사를 ‘공청선로의 배타적 사용을 통한 사업방해 행위’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케이블 업계가 ‘유료방송 가입자 1/3 제한규제’를 공정경쟁이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방송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는 재벌 케이블사업자들의 시장교란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신고 이유를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 업계의 주장을 두고 “이미 케이블시장을 장악한 재벌 케이블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지역독점은 유지하면서 전국사업자인 KT의 발목을 묶어두려는 교묘한 꼼수이며 재벌에 대한 또 다른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어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61%를 점유하고 있는 케이블사업자들이 점유율 26%인 KT그룹의 플랫폼 과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CJ그룹의 경우 올해 들어 수도권, 강원, 호남 등지의 4개 지역케이블을 사들이고 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독과점이야말로 국민의 매체 선택권과 방송 다양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케이블 업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장점유율 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모두 적용받고 있는 규제에 대한 ‘형평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KT 계열의 점유율과 케이블 사업자 전체 점유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CJ 관계자는 “올해 4개의 지역케이블을 인수한 것은 맞지만 규모 자체가 워낙 영세하기 때문에 독과점이라는 KT스카이라이프의 주장과는 다르다”면서 “통신사업자인 KT가 끼워팔기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 비난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현재 유료방송업계는 위성방송과 인터넷TV(IPTV)의 가입자 수를 합산해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KT스카이라이프를 중심으로 하는 KT 진영과 케이블 업계를 중심으로 하는 반KT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KT스카이라이프다.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지난달 25일 광화문 KT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정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시장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 시도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 시도는 지난 8월 5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법안은 위성방송과 IPTV를 포함한 KT의 총 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시장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점유율 규제를 받고 있는데 반해 위성방송사업자의 경우 별다른 점유율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면서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병현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6월 16일 KT의 IPTV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IPTV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IPTV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특수관계자 범위에 SO와 위성방송사업자까지 포함돼 KT의 경우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도 포함된다.
7월 말 기준으로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와 KT IPTV의 가입자 수는 총 653만 명으로 전체 유료방송시장(가입자 수 2,462만 명)의 26.5%를 차지해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의 두 법안이 통과된다면 KT 측은 가입자 수를 늘리고 싶어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해 문 사장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 시도는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해 투자 감소, 산업 정체 및 후퇴, 소비자 편익 감소라는 유료방송시장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고 말한 뒤 “법안이 통과된다면 당장 산간벽지와 농어촌 지역 등을 비롯해 총 가구의 90% 이상이 위성방송 가입자인 대다수 섬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시청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이 같은 주장에 바로 다음날인 26일 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협회)도 반격에 나섰다. 협회는 “박근혜 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의 전제조건이 ‘공정경쟁’인 만큼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 방지와 다양성 확보 등을 위해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미국도 유료방송 30% 규제를 시행해왔고, 유럽 주요 국가들도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20~30%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KT스카이라이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협회는 이어 “KT의 점유율이 3분의 1인 33%에 도달하더라도 유료방송의 전체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추가 가입자 확보도 가능하다”면서 “산간벽지나 농어촌, 섬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고, 만약에 점유율이 초과한다면 대체 서비스가 없는 지역에 한해 정책적 검토를 통해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같은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KT의 독주를 우려해 케이블 업계와 함께 반KT 진영에 섰다.
KT와 반KT 진영으로 나뉜 만큼 이들의 주장은 점점 더 팽팽히 맞서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는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개의 법률 개정안이 동시에 통과될 경우 유료방송시장 자체의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이목은 방송법 개정안과 IPTV법 개정안 통과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