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을 두고 방송과 통신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 연구반 발족에 뜻을 모았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언론의 도를 넘은 주파수 정책 왜곡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주로 통신사와 유료방송의 막강한 자금력에 영향을 받는 언론이 전문지의 가면을 쓰고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관련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언론은 700MHz 대역 활용을 정치적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재단하는 기사를 실었다. 2004년 디지털 전송방식을 결정하던 당시 미국식과 유럽식의 차용을 두고 방송기술 업계에서 벌어진 엄청난 분란사태가 700MHz 대역 주파수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해당언론은 당시 디지털 전송방식 선정 논란은 결국 정부가 바라던 대로 흘러갔으며, 결국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었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언론은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을 둘러싼 현재 방송과 통신의 논쟁도 큰 틀 안에서 보면 소모적인 다툼일 수 밖에 없으며, 700MHz 대역 주파수는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2004년 디지털 전송방식 선정당시 미국식이 아니라 유럽식으로 정해졌다면 현재의 불필요한 주파수 논쟁이 없었을 것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는 가전사들의 입김에 휘둘려 디지털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정하는 패착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전제는 생략하고 단순히 당시 상황을 소모적인 논쟁으로 재단한 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만약 당시 디지털 전송방식이 주파수 효율이 높고 SFN이 가능한 유럽식 방식으로 정해졌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경쟁도 상당부분 완화되었을 것이다. 또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할당을 주장하는 진영의 논리, 즉 해당 주파수의 전세계적 통신활용을 기정사실한 부분도 ‘팩트’와는 거리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 선진국인 유럽이다. ATSC의 고향인 미국이 대부분의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해버려 막상 차세대 뉴미디어 플랫폼인 UHDTV에 활용할 자원이 막막해진 상황에서 유럽은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유럽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며 통신에는 1.2와 1.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영국 BBC의 경우 ‘오프콤’의 강력한 지원 아래 HD 채널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통신용 주파수도 방송용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또 WRC-12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하고자 요구했던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의 의견을 유럽이 반대한 사례도 있다. 비록 이런 팩트조차 통신진영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세계적 통신용 사례가 만들어졌다’로 곡해되어 받아들여지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ABU 서울 선언문 채택도 통신진영에서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일부 언론의 팩트 곡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방송이 주파수를 무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228MHz 폭이 아니라 408MHz 폭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의 이면에는 막대한 금액을 들여 주파수를 경매로 할당받는 통신사와 상대적으로 ‘무료로 주파수를 활용하는것 처럼 보이는’ 방송사를 대비시키는 전략이 숨어있다. 통신의 주파수 활용이 53조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을 불러일으킨다는 괴상한 전망도 꼭 나온다.
이는 명백한 곡해다. 이에 대해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방송이 활용하는 대역은 채널 14번~51번까지 228MHz폭, FM 라디오 20MHz폭, AM 라디오 1080KHz폭, 지상파 DMB 12MHz폭으로 약 261MHz폭이다. 그리고 여기에 각종 중계용 주파수(STL 마이크로 웨이브 포함)를 포함해도 408MHz 폭은 과도하게 계산된 것이다”고 단언했다. 디지털 방송에 활용되는 228MHz 폭을 포함해 모든 영역을 계산한 부분도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408MHz 폭은 부풀려진 계산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선후보시절 공약한 화이트 스페이스가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생기는 주파수 간섭, 또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의 무선 마이크 활용에 따른 주파수 빼먹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심지어 228MHz 폭만 놓고보면 방송 주파수 혼신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작년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구 방통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정식으로 문제삼은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쏙 빼고 방송은 408MHz 폭이나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 자체로 논란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국가는 디지털 방송의 영역으로 300MHz 폭 수준을 할당하는 분위기다.
방송이 주파수를 공짜로 쓰고 있다는 비판도 문제가 많다. 이는 두 가지로 반박할 수 있는데, 첫째는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지향하는 방송과 개인기업인 통신사가 가지는 공적 역할이 같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즉 방송은 통신보다 조금 더 공적인 요소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신의 공적 기능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방송이 가지는 공익성과 비교하면 통신의 공적 기능은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 지상파 방송사는 중계용, 업무 통신용 등을 통신사와 차이없이 납부하고 있다. 거기에 방송발전기금도 납부한다. 여기에는 이런 명제가 성립된다.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며 그 재산을 활용하는 방송사는 무료 보편의 가치로 국민에게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방송과 통신의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는 사로를 겨냥한 불편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고 방송과 통신은 각자의 논리를 수립하며 선제적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전제해야 할 부분은, 우선 방송은 무료 보편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디지털 전송방식의 폐혜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는 점. 228MHz라는 수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방송사는 주파수를 공짜로 쓰기 보다는 국민에게 차용하여 활용하며 실제로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통신 주파수의 세계적 활용은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니라는 점도 화룡정점이다. 이 부분은 통신사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부분들을 감안한 긍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주파수를 매각하면 돈은 생기지만, 그 주파수를 보유함으로서 생기는 다양한 인문학적 가치를 온각 방식으로 곡해해 무시하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