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SO에 대한 8VSB 허용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오는 10월 연구반을 가동해 ‘전격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자 방송 사업자들의 불만도 조금씩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MMS, DCS와 더불어 SO의 8VSB도 허용한다는 방안을 강력하게 천명한 바 있다. 8VSB는 디지털 방송 전송방식의 종류로, 1개 채널 당 6MHz 대역폭을 사용해 아날로그 케이블에도 HD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만 8VSB 방식으로 HD 방송을 송출하고 있으며 기타 유료방송은 QAM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논란의 단초는 케이블 SO에 8VSB를 허용했을때 전체 방송시장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석 때문이다. 우선 케이블의 생명과도 같은 다양성의 훼손이다. 당장 케이블 SO에 8VSB가 허용되면 일부 케이블 PP는 퇴출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기존의 QAM 방식보다 전송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기치로 내건 케이블 방송의 기본정신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PP들은 케이블 SO의 8VSB 허용에 꾸준히 반대입장을 보여왔다. 만약 8VSB가 허용되면 그 대상은 비밀 담합 TF까지 조직해 대응한 종합편성채널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가 선정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4개 채널을 넣을 수 있는 QAM 대역폭에 1개만 넣을 수 있는 8VSB 대역폭을 감안하면, 총 6개 방송사가 8VSB의 혜택을 얻는 순간 24개의 PP가 퇴출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70여 개의 케이블 PP 중 약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8VSB 허용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유출을 막고 홈쇼핑 송출료 등을 포기하지 못하는 케이블 SO와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종편과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특혜라고 주장한다.(참고로 압축방식에 따른 가용채널수는 MPEG-2 기준 8VSB SD 3개, HD 1개가 가능하고 QAM은 SD 6~8개가 가능하다. 또 MPEG-4 기준 8VSB는 셋톱박스 없으면 불가능, QAM은 HD 4개만 가능하다)
게다가 케이블 SO의 8VSB 허용에는 클리어쾀 TV와 비슷한 비판, 즉 ‘절름발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케이블 SO의 8VSB 허용은 단순히 화질만 개선시킬뿐 디지털 전환의 정수인 양방향 서비스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SO가 자사의 가입자 유출을 막기위해 정상적인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합당한 비용을 치루는 대신, 단순히 화질개선만 내세운 미봉책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구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의 정의를 고품질 화면, 다채널, 양방향에서 찾은 바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료방송의 8VSB 허용은 명백한 특혜라는 비판은 물론, 보안모듈 등 콘텐츠 보호방안이 미비해 간신히 자리를 잡아가는 콘텐츠 유통시장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상존한다. 또 시청자가 기존의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과 비슷한 비용으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유료방송 산업의 고질적인 저가 고착화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케이블 SO의 8VSB 허용을 두고 방송 사업자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비율이 낮으며, 향후 자신들의 자본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낼 의지가 없는 케이블 MSO와 MPP는 찬성 입장이며 고화질 방송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종편도 케이블 SO의 8VSB 허용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퇴출위협에 몰린 군소 PP는 반대 입장이며 디지털 전환을 일정 정도 준비한 일부 MSO도 조심스러운 반대입장을 지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구체적인 답변을 보이는 것에는 미온적이나 종편 특혜라는 큰 틀 안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