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상파 MMS는 물론 위성방송의 숙원사업인 DCS, 종합편성채널의 비원이던 8VSB 등을 전격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여전히 확고하며, KBS의 광고 폐지에 대한 찬성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사안은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것인데다 역차별 논란, 여기에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어 잡음이 예고된다.
8월 20일 이 위원장은 한국IT리더스클럽이 주최한 조찬회에 참석해 국민의 편익을 고려해 방송 사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를 최소화시키고 각 방송 사업자가 원하는 무대를 조성해 대승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각 방송 사업자의 갈등도 동일한 규제 완화, 즉 수평규제의 틀 안에서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에 이 위원장은 종편 4사의 비밀 TF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8VSB 허용에 대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의 측면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른 종편 특혜 논란과 다른 방송 사업자의 이견은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DCS에 대해서도 전격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전하며 조만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DCS의 경우 케이블의 반발이 막강하긴 하지만 최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조금씩 전격적인 허용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중이었다. 물론 방통위도 지속적인 연구반 가동을 통해 법리적 운신을 넓혀오고 있다.
문제는 지상파 MMS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복기하면 8VSB 및 DCS 허용 등은 케이블(종편)과 위성방송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상파 MMS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규제 완화 및 수평규제의 틀 안에서 모든 방송 사업자들의 비원을 풀어주던 이 위원장이 유독 지상파 MMS에 대해서는 묘하게 어긋나있기 때문이다. 당장 역차별 논란도 나올 기세다.
이 위원장은 당시 조찬회에서 지상파 MMS는 KBS와 EBS에만 적용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무료 미디어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틀 안에서 지상파 MMS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이 위원장은 EBS의 지상파 MMS 확대를 통해 1차적인 정책 추진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재 지상파 4사가 원하는 지상파 MMS와는 기본적인 전제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상파 MMS 방식 선정 및 각 지상파 방송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이 위원장은 수신료 2,000원 이상을 거듭 강조하며 KBS 광고 폐지 입장을 재차 확인했으나 그에 따른 유료 방송 지원에 대한 의혹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또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중 DCS 허용과 더불어 모든 유료방송의 가입자 점유율 제한을 3분의 1로 통일한다는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던 위성방송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한편 이 위원장의 본 발언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일부 현안은 미래부와 국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방통위 단독으로 힘들 것”이라며 “정부 정책 공조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이들은 “방송 사업자의 규제 완화를 통해 각 사업자의 불만을 잠재우고 시청자 편익을 추구한다는 방침은 훌륭하지만 과연 역차별의 소지는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규제 완화와 특혜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그 완화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