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논의하기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동 연구반이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했다. 물론 주파수 정책 최종 결정은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원회가 담당하지만 양 정부부처의 공동 연구반이 사실상의 결론을 내릴 것은 기정사실이다. 현재 해당 주파수에 대해 미래부는 통신용 활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한편 방통위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전제로 방송용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공동 연구반은 미래부 조규조 전파정책기획관과 방통위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 부처의 직원과 교수진 및 연구원들이 살을 붙이는 형식으로 참여해 공동 연구반의 성과물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8월 안으로 정식 회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8월 20일 전후로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의 회동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공동 연구반이 도출한 소기의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방송은 난시청 해소 및 UHDTV를 비롯한 뉴미디어 발전을 이유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요구하는 한편, 통신은 모바일 트래픽 해소 및 통신기술 발전을 이유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구도는 고스란히 방통위-미래부의 대리전쟁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단, 미래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수립의 큰 그림을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방통위는 해당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전제로 다소 유연한 접근방식을 보이고 있다. 미묘한 온도차이는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도 있다. 안전행정부가 미래부-방통위 주파수 할당전에 뛰어들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가재난통합망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테트라와 와이브로가 재난망 사업의 주력망-보조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와이브로가 정식으로 채택될 경우 행안부도 주파수가 필요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2011년 10월, 당시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재난안전통신망기술검증 공개 토론회를 열고 재난안전통신망에 사용될 통신기술로 “기술검증과 사업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와이브로(Wibro)와 테트라(Tetra)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시 행안부는 만약 와이브로가 선택이 되면 700MHz 대역을 이용하는 자가망을 구축하겠다고 천명해 파문이 일었다. 물론 노골적인 테트라 밀어주기를 멈추지 않았던 당시 행안부의 상황을 미뤄볼 때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필요한 와이브로보다는 테트라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게다가 당시 행안부가 700MHz 대역에서 와이브로 자가망을 구축해 운용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65조를 위반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에 현실적인 방안도 아니었다. 하지만 2013년의 상황은 묘하다. 현재 미래부를 중심으로 와이브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업계 전반을 뒤덮고 있지만 안행부는 국가재난망사업에 테트라는 물론 와이브로 기술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LTE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대부분의 통신기술 모델을 빨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4이동통신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컨소시엄(KMI)도 와이브로 대신 TD-LTE로 선회한데다 KT, SKT가 와이브로 주파수의 용도전환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 자체가 사라질 확률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