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주파수 활용, 대한민국은?

[분석] BBC의 주파수 활용, 대한민국은?

529

영국 BBC가 BBC News, BBC Three, BBC Four, Cbeebies, CBBC 등 자사의 5개 채널을 HD 채널로 전격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미디어 산업에 있어 최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수 배우고 돌아온 미국보다 더욱 진일보한 국가라고 인정받는 곳이다. 당장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HD 채널 전환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BBC는 2014년 초 DVB-T2 기술을 활용한 5개의 신규 HD 채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BBC의 공격적인 HD 채널 출시는 영국 방송통신위원회(Ofcom)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 사업자에게 10개의 신규 HD 채널을 지원한다는 방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BBC는 HD 채널 변환 후에도 기존에 상영하던 미디어 콘텐츠를 그대로 공급할 예정이며, 자사의 TV 앱 서비스인 iPlayer도 매주 250시간 고화질 HD 프로그램을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접목시킬 방침이다.

영국은 세계 지상파 MMS의 롤모델인 ‘프리뷰’를 통해 성공적인 직접수신환경 조성에 성공한 대표적인 무료 보편 미디어 서비스 국가다. 게다가 세계 방송기술의 거대한 조류인 UHDTV 발전의 최전선에서 진정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영국 방송통신위원회는 BBC의 신규 5개 HD 채널 출시를 비롯해 총 10개의 HD 채널을 새롭게 선보이는 것을 주요 정책 ‘아젠다’로 설정한 셈이다.

여기서 영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HD 미디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균형잡힌 주파수 정책이다.

영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모바일 브로드 밴드 서비스용으로 사용되는 600MHz 대역의 주파수를 디지털 지상파 TV 서비스용으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넓은 대역폭을 디지털 지상 TV 서비스에 할당한다고 천명했다. 물론 차세대 브로드 밴드 서비스가 제공될 2018년까지 해당 계획은 잠정적으로 숨 고르기에 돌입할 전망이지만, 영국의 ‘600MHz 대역 주파수 디지털 지상파 TV 활용’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일고 있다. 위성 DMB는 물론 군 대역 주파수까지 통신 3사가 싹쓸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UHDTV 및 난시청 해소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가 활용해야 하는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넘보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부 친통신 언론은 지상파 방송이 가지고 있는 타의적 약점, 즉 미국식 주파수 전송방식의 폐혜 및 지리적 문제와 방송용 주파수 부족 등을 무시하고 오로지 산업적인 이유만 들어 부화뇌동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자신들의 사업적 이득과 주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공공재인 주파수를 남용하길 원하며,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주파수 낭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간다는 지적을 받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통신 3사의 획책에 정부는 ‘산업 효과만 있다면야 공공의 요소는 무시되어도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BBC와 비교되어도 너무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편 BBC는 신규 HD 채널이 위성을 통해 방송될 경우 99%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으며, 디지털 지상파 TV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BBC Three HD, CBBC HD 채널의 경우 기존의 BBC HD 멀티플렉스 용량을 이용해 98.5%의 영국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BBC Four HD, CBeebies HD, BBC News 채널의 경우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에 전환한 주파수 대역을 통해 제공될 예정으로, 서비스 커버리지가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BBC는 무료 BBC HD 채널을 2014년 초에 개시할 방침이라고 확정했다.

결론적으로, 영국은 공영방송인 BBC를 중심으로 진정한 시청자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확보 가능한 방송용 필수 주파수를 다시 적극적으로 지상파 방송 기술에 환원함으로서 그 기술적 가치를 넘어선 고품질 무료 보편 서비스가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