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집에’ 방콕족을 위한 영화 여행

[문화] ‘나홀로 집에’ 방콕족을 위한 영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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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다들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이다.

여행을 가자니 교통체증과 번잡함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 여행을 다녀오고 난 이후도 걱정이다. 평상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는 말 그대로 파김치가 돼 출근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휴가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드는 분들을 위해 ‘방콕족(휴가철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면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감독 라이언 머피

출연 줄리아 로버츠, 하비에르 바르뎀, 리차드 젠킨스, 바이올라 데이비스 등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젠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 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만큼 영화의 진행은 단조롭다 못해 지루하다. 하지만 잔잔하게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고, 이 영화를 통해 차마 내 돈 주고 직접 보지 못하는 로마의 풍광, 두려워 엄두가 안 나는 인도의 수련과정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또 다른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 청량한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 그랑블루

감독 뤽 베송

출연 장 르노, 장-마크 바, 로잔나 아퀘트, 폴 셰나르 등

그리스 작은 마을의 자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잠수 사고로 잃고 바다와 돌고래를 가족으로 여기며 외롭게 성장한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마을 친구인 엔조는 잠수 실력을 겨루는 경쟁대상이자 단 한 명의 우정을 다지는 친구. 그렇게 자크는 유일한 안식처인 바다와 돌고래, 그리고 엔조와 성장해 간다. 오랜 시간이 흘러 프리다이빙 챔피언인 엔조의 초대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그리고 자크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보험사 조사원 조안나와 일생에 단 한번일지 모르는 눈부신 사랑에 빠진다. 마침내 대회에서 자크가 승리하게 되고 엔조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무리한 잠수를 시도하다 결국 자연 앞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얼마 전 리마스터링 감독판으로 돌아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르른 바다 속을 배경으로 돌고래와의 유영을 통해 전달하는 시원함으로 ‘여름의 영화’로 손꼽히고 있는 그랑블루. 3040세대에게는 20년 전 감동을 다시 한 번 아련하게 돌려주고, 그 감동을 만나지 못했던 1020세대에는 또 다른 명작의 감동을 준다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차가운 겨울을 보고 싶다면 –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등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한다.

원작 만화의 설정만 가져와 재창조하다시피 한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오싹함으로 더위를 극복하고 싶다면 – 숨바꼭질

감독 허 정

출연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등

개봉을 앞두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평가단으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은 영화.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는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집집마다 새겨진 이상한 암호와 형을 알고 있는 ‘주희’ 가족을 만난다. “제발 그 사람한테 제 딸 좀 그만 훔쳐보라고 하세요”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주희’는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집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형의 아파트를 뒤로한 채 자신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봤던 암호가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사라진 형. 숨바꼭질 암호. 서로 다른 두 가족에게 찾아온 충격적 진실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사투가 시작된다.

 

휴가는 ‘일상적으로 해오던 업무나 생업을 잠시 접고 쉬는 것’을 뜻한다. 열심히 일했으니 푹 쉬고 돌아오라는 일종의 보너스 기간이다. 따라서 진정한 휴가를 보냈다면 휴가를 통해 얻은 새로운 활력으로 제자리에 돌아왔을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집안에서 영화 한두 편 보면서 편안히 쉬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