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 700MHz 주파수, 격렬한 쟁탈전 시작

(보강) 700MHz 주파수, 격렬한 쟁탈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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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기술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있다. 다양한 방송기술의 등장과 더불어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방송기술 패러다임이 정부부처의 어이없는 상황판단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동시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도 각자의 진영을 추스르며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건곤일척의 (대리)전투에 임하는 정부부처는 미묘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72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하반기 주요사업 브리핑을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 용도를 올해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미래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공동 연구반을 가동해 이르면 8월 초 공동 연구반 킥오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양 부처는 막바지 실무협의를 마무리 했으며 관련 전문가의 섭외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회동은 820일 전후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부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는 공공의 이익을 담보로 하는 난시청 해소와 더불어 UHDTV 발전 등 뉴미디어 발전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에 무게중심이 쏠림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무조건적인 주파수 통신 할당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신 발전을 위한 주파수 확보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남발하며 주파수를 낭비하고 현존하는 가용 주파수를 모조리 확보하려는 통신사의 이윤 추구에 정부까지 나서 부화뇌동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묘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큰 틀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은 변함이 없지만, 미래부와 달리 강력한 의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경재 위원장의 행보에서도 엿보인다. 최근 이 위원장은 미국 방문에 올라 국내 UHDTV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시작으로 731일 기자 간담회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물론 이 위원장의 발언에는 미래부가 화끈한 먹거리를 가져온다면이라는 사족이 붙은데다 주파수를 나눠쓸 수 있지 않느냐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미래부방통위의 주파수 공동 연구반 구성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언론보도가 한창일 때 등장한 부분은 묘하다.

사실 불과 몇 일 전만해도 방통위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공익적으로,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면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강조하는 미래부와의 진통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외부분석이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금도 방통위의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되어 있다. 이 위원장 스스로도 723일 간담회에서 "과거 700MHz 108MHz폭 중 40MHz를 통신용으로 쓰도록 하자고 의견이 나왔다"는 발언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해당 주파수의 알박기를 일종의 의견으로 치부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충분한 언급이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통신에 알박기된 대역을 이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결론적으로, 미래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 입각한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을 강하게 천명하는 반면, 방통위는 해당 주파수를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끌고가되 시청자 편익측면에서 약간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방통위의 이러한 기조는 UHDTV 국내 도입 시기상조설에서도 드러난다. 이 위원장의 해당 발언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을 유보한다는 전제로 사안을 살펴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UHDTV 시기상조설 자체가 지상파 외 기타 전체 유료방송 업계를 겨냥한 것인 만큼, 이 위원장은 해당 방송기술 발전에 대해 나름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와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은 그 자체로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이 추구해야할 절대적인 진리라는 측면에서, 이 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알박기를 원천 폐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던 판국에 방통위의 무리할 정도의 유연한 접근은 진정한 지상파 방송기술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친통신 성향의 언론들은 이 위원장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8월에 나올 미래부방통위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결과에 잔뜩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제 700MHz 대역을 둘러싼 주파수 전쟁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공동 연구반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면, 주파수심의협의회라는 거름종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결론이 실질적인 최종안이 될 확률이 높다. 주파수 통신 할당을 등에 업은 미래부와 방송 할당을 주장하는 방통위가 일대 격돌을 앞둔 셈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대로 방통위의 분위기는 미래부만큼 확고하지 못하다. 동시에 방통위의 미적지근하고 모호한 주파수 할당 기준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은 2004년 디지털 전송방식을 정할 당시 주파수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식을 고집한 정부의 고집 때문에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미국을 방문한 이 위원장이 UHDTV 시기상조 및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에 무게를 두는 현재의 모습이 2004년에 있었던 맹목적인 미국방식 따라하기의 데자뷰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