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뺏어라

[사회]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뺏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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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여기 한 아이가 있다.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고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아주 어린 아이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심심했는지 주방에 있는 엄마한테까지 기어가 마구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엉엉 우는가 싶더니 갑자기 주변에 있는 도구들을 마구 어지르기 시작한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동시에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던 엄마는 얼마 전 TV에서 본 CF가 생각났다. 한 아이가 기차 안에서 울며 떼를 쓰는데 잘생긴 남자가 이를 지켜보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건내주는 내용이었다. 맞다! 그랬지! CF속 아이는 남자가 준 스마트폰의 뽀로로를 보며 금세 조용해졌다. 이런 방법이 있었어! 엄마는 냉큼 식탁위에 올려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하루종일 친구들과 카톡을 하느라 스마트폰 밧데리가 별로 없었지만 다행히 아이를 달랠 정도는 된다. 엄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최근 다운받은 어플을 실행했다. 그러자 스마트폰에는 귀여운 곰돌이가 나타나 방긋 웃었다. 아이는 조용해졌다.



장면 2.

여기 중학생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생은 모든 것에 별로 의욕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가 무료하다. 내가 소위 말하는 중2병인가? 하지만 그러기에 자신은 너무 정상적이다.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슬픈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신문에 나오는 자살같은건 꿈도 꾸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게 익숙할 뿐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중학생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슬슬 자신의 진로도 설계하라고 하던데, 그걸 꼭 해야하나? 해야할 일은 대충 다 하고 살지만, 그냥 왠지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다. 학생은 멍 때리며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살아진다.

 

위에서 소개한 ‘장면 1’과 ‘장면 2’가 낯설지 않다면, 지금 당장 자녀가 들고있는 스마트폰을 빼앗길 바란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장면 1’과 ‘장면 2’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장면 2’는 ‘장면 1’의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왜 이럴까?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만나는 사람 마다 “당장 자녀의 스마트폰을 뺏어라!”고 말한다고 한다. 동시에 그는 “우는 아이가 귀찮다고, 단순히 조용히 하게 만들려고 스마트폰을 기계적으로 쥐어준다면 당신은 아이에게 창조를 빼앗고 멍 때림을 주는 것이다”고 일갈한다.

실제로 아이, 특히 유아동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만약 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준다고 치자. 그럼 아이는 신기한 스마트 세상에 빠져 금세 조용해진다. 그러나 아이가 너무 조용해져서 침묵을 지키는 수준까지 나아가게 되니 문제다. 세상을 알아가는 옹알이도 사라지고 중얼거림도 없다. 마치 무표정한 얼굴로(가끔 재미있으면 웃겠지만), 심하게 말하면 침팬지처럼 아이는 피상적이고 수동적인 정보 습득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더해져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들이 교육용 어플을 통해 아이들이 일찍 한글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심지어 CES 2013에는 유아용 변기에 아이패드를 설치하는 거치대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게 과연 진정한 교육일까? 아니다.

아이는 어플을 통해 보여지는 시각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습득하고 이를 모방할 뿐, 창조적인 생각은 아예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뇌 사진을 찍어보면 뇌 앞쪽의 전두엽은 조용하고 뒤쪽의 후두엽만 간간히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동적인 아이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까. 여기 단서가 있다. 일선 교사들은 요즘 아이들이 창조적이고 탐구적인 발상을 통해 공부를 하려 하지 않고, 단순히 요약본에만 매달려 공부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즉, 어려서부터 수동적 정보에만 노출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바로 ‘장면 2’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여기에 장시간 스마트폰을 하며 겪는 신체적 고통은 일종의 덤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편리하다. 그 안에는 온 세계가 담겨져 있고 원하는 정보는 꽤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치매도 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대충 쥐어 주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자는 뜻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으면 왕따가 되는 세상이라지만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미국 실리콘 벨리의 발도로프 자유학교 학생들은 최신식 학교 시설에서 수업을 받지만 컴퓨터는 한 대도 없으며, 학생 90%는 그 흔한 구글 검색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학교는 오로지 종이책 위주의 텍스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법을 일깨우도록 노력한다. 어플의 주 요소인 만화나 그림은 상상력을 가두지만, 글을 읽는 학생은 문맥과 맥락을 파악하며 스스로 머리를 굴리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학교의 학생 70%는 구글과 애플 직원 자식들이다! 잘 생각해보자. 극단적인 예이지만, 불량식품 가게 주인은 자기 자식에게 불량식품 주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