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 본부장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최성진 한겨레 기자에게 검찰이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이에 언론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최 기자의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정당한 언론행위”라며 “이런 기자를 기소해 법정에 세운 것이야말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상당성, 공개 이익의 초과, 긴급한 목적의 경우에만 보도 행위의 정당함을 인정하고 있다”며 “비공개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한 행위는 명백한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인데다 녹취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도움을’이라는 구절은 없었으므로 일부 보도는 대화 내용을 왜곡‧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 기자는 최후변론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 본부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이를 보도한 사람은 기소당했다”면서 “이는 도둑을 잡으려는 신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기자는 “기사의 요지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빼앗은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의지를 밝히라는 것이었을 뿐 특정 대선후보의 흠집내기가 아니었다”고 지적한 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두운 진실에 눈감았다면 누가 나를 기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20일 오후 2시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공영방송 지분매각을 통해 대선 공작을 도모했던 최필립, 이진숙 씨를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이 이를 고발한 기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며 “검찰이 왜 정권의 충견이란 소리를 듣는지 재확인시켜 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최 기자가 밝혔듯이 ‘독재정권 시절 강탈한 개인 재산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내용을 듣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기자라 할 수 있겠냐’”면서 최 기자의 보도 행위는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 기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13일과 15일자 지면을 통해 “정수장학회가 보유 중인 언론사 주식을 처분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및 노인층, 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대규모 복지사업을 하려고 계획 중”이라며 최 전 이사장과 이 전 본부장 등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최 기자는 최 전 이사장과 통화한 뒤 최 전 이사장이 휴대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본부장과 관련 문제를 논의하자 이를 녹음해 보도했다.
한편 최 기자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계획’ 보도는 지난 3월 26일 ‘2013년 한국신문상’을 받아 “공적 사안에 대한 공론화 절차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취재 노력과 비판정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