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의 ‘종횡무진’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별 사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숙원사업을 실현시켜줄 ‘메시아’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탁월한 정치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위원장은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심지어 보도전문채널 사장단도 연달아 만나며 선물 보따리를 풀어주고 있다. 그 보따리 안에는 주파수 할당 및 MMS, 수신료, 8VSB와 더불어 재송신료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 위원장의 파격행보가 정치인 출신 방통위원장의 색깔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일종의 바로미터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진 국회의원 출신인 이 위원장이 지역구에 있는 각각의 이익단체를 조율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다져갔던 것처럼,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해서도 이러한 조율능력을 통해 현안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위원장의 ‘이익단체 다지기’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에 있다. 우선 각 단체의 숙원사업을 방통위원장이 미래부와의 협의없이 단독으로 끌어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수렴하고 발언하는 모양새는 그 자체로 문제가 많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미래부의 권한을 월권한다는 비판도 나오고있는 것이며 국회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광폭행보가 국회의원 시절의 정치감각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각각의 현안들이 묘하게 꼬이며 파국으로 치닫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과 의지는 각각의 이익단체, 즉 지상파와 기타 방송 사업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달래주겠지만 이 모든 것을 방통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과 방송정책의 이원화를 통한 미래부와의 험악한 관계를 고려하면 모든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이 양날의 검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순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그 안에서 일정정도 의지를 보여줘 각 단체를 콘트롤 하겠다는 일차적인 복안이 아닌, 이 위원장의 행보 자체를 고도로 계산된 수순으로 봐야한다는 뜻이다. 특히 국정운영의 핵심인 청와대 실무라인이 아직 완벽하게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위원장이 방송 전반의 현안을 공격적으로 선점하면서 눈길을 끄는 한편, 이익단체의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종국에는 자신의 뜻대로 정부가 따라오게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종합편성채널의 8VSB 허용은 이러한 이 위원장의 ‘노림수’를 더욱 의심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8VSB는 현재 케이블 내부에서 의견수렴 시도가 끊임없이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정리된 부분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8VSB 허용 대상을 케이블 전체로 하느냐와 종편만을 대상으로 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SO와 PP 내부의 8VSB 허용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케이블 전체로 그 대상을 정한다고 해도 종편만을 대상으로 하는 8VSB 허용 시나리오가 성립될 수 있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일부 PP를 중심으로 ‘퇴출’이라는 최악의 가능성이 대두하게 된다. 보도전문 채널 사장단의 8VSB 허용 건의도 이런 부분에서 기인하는 셈이다.
여기에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험악해지고 있는 ‘개국 당시 특혜 논란’에 이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즉 CJ를 타깃으로 검찰이 계획수사를 통한 흔들기에 나서며 상대적으로 종편의 정당성을 쌓아가는 한편, 케이블의 의견 미합일을 이유로 8VSB 종편 허용을 가져가면 모두가 반대하던 종편 특혜의 마지막 블록을 완성할 수 있다. 신의 한수인 셈이다.
최근 이 위원장의 광폭행보는 두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이제야 창조경제의 개념을 모호하게나마 잡아가는 정부가 아직 실무라인 재편을 통해 방송정책을 완벽하게 콘트롤하지 못할때, 자신의 정책을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려는 ‘아이템 선점 시도’라는 분석과 국회의원 시절의 공약 발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단체의 숙원사업 해결을 통한 지배력 강화를 노리려는 시도라는 분석. 바로 이 두 가지의 분석이다. 여기에 일종의 군기잡기와 종편특혜 마지막 특혜 블록 완성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